Miss Memory misses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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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8 14:43

12월 한달 기록 일상








신상 카페 오픈어택. 일본인 관광객과 같이 웨이팅을 하게 됐는데, 말을 걸어볼까 싶었지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참았다. 이쯔음의 나는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12월부터 취업 스위치를 켜자마자 기회가 바로 생겨 안도감이 듦과 동시에 일본어 독학자인 나에게 일본어 면접을 본다는 건 꽤나 큰 압박이었다.











카페에서는 동생이랑 일본어로 얘기하고 평가 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문제집으로만 공부해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언어가 많이 부족한데, 동생은 일본 드라마나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귀도 트여있고 유행하는 용어를 잘 알고 있어서 자극을 받았다. 듣는 게 어려워 영상을 연신 돌려감기해가며 '듣기' 위한 연습을 했지만 귀가 꽉 막혀있는 느낌이라 다가올 면접이 더 두려운 느낌이었다.










카페를 나와 점심은 오코와에서.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고 굉장히 친절해서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이런 곳이 집 근처에 있으면 밥 걱정 안할 것 같은데.








헐. 교토에서 도쿄까지 여행 내내 들고다니느라 귀찮았던, 깽구가 좋아하는 시바 인형을 홍대에서 발견.










문구 덕후라서 이런 거 구경하는 거 너무 좋고... 나도 이렇게 귀염뽀짝하게 꾸미고 싶은데... 게임중독자 깽구에게 점령당한 책상 위에는 65인치 모니터와 게이머즈 잡지더미가... 컴퓨터 한번 하려면 눈알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돼서 힘들다(방금 또 해봤는데 고개까지 같이 움직여야 된다). 한눈에 보고 싶어.













몽상이라는 카페는 눈이 시릴 정도로 색감이 화려한 곳이었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가상 세계 같기도 하고, 저녁이면 클럽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느낌. 책을 읽기엔 좀 힘들 것 같지만,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하는 공상이 말 그대로 몽상이 될 것 같은, 최적의 분위기였다.









스탬프커피에서는 딸기치즈케잌이 유명하다고 해서 포장도 해봤다. 가을의 디저트는 밤이 좋고, 겨울은 역시 딸기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오히려 쓸쓸함을 느낀 어느날. 아기자기한 카페나 음식점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다른 장소로만 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곳에서 보낸 대화의 시간은 대부분 자녀나 어린이집과 같은 -전혀 공감도 안 되고 관심사가 아닌- 주제로만 가득 채워졌다. 취업과 같은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던 나이는 이미 지나버린 것이고, (지금은 싱크지만) 딩크족인 내가 기혼 친구들의 대다수가 겪는 과정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 알고 있으면서도 퍽이나 외롭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소녀인 듯한 느낌으로 살고 있다가 현실 자각을 하게 된 게 불편했던 걸 수도. 반대로 친구들도 어쩔 줄 몰라하는 내가 신경쓰였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쨌든 이렇게 서로 점점 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쓸쓸해졌다. 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이날은 최종면접을 일주일 남겨두고 왠지 합격할 것 같다는 근자감에, 취업하기 전에 좀 더 놀아두자 싶어서 망원동 오코드에 갔다. 이제까지 면접을 보면 거의 합격했던 기억들 때문에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카페에서 빅토리아 케이크에 시즌에이드를 마시면서 일본어 자기소개에서 어떤 걸 말하면 좋을까 궁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망원동은 고양이가 많아서 좋다. 쓰레기 봉투를 뒤지던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내가 가니까 차 밑으로 숨어서 경계했다. 같이 놀고 싶어서 야옹야옹 불러봤는데 사라져주길 바라는 눈치여서 멀리 떨어졌더니 다시 쓰레기를 뒤적뒤적. 먹이 활동을 방해해서 미아네.









소금집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는데 만석이라 포장한 후, 그냥 가기 아쉬워 카페톤에 들러 디저트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려는 타이밍이었다. 바깥에 까만 턱시도 고양이가 카페의 유리문에 두 발을 턱 올려놓고 들여보내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주인분이 발견하고 문을 열어주니까 쑝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착석해 고양이랑 놀고 싶어져버렸다. 고양이는 너무나 귀여운 생명체야. 좀만 더 앉아있을 걸...








포장해온 잠봉 샌드위치는 체리랑 같이 냠. 근데 이거 진짜 존맛이잖아. 망원에 갈 때마다 사먹어야지.








이날도 근자감에 '놀아두자'라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오픈시간에 맞춰서 갔는데도 웨이팅 40분... 텐동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는데 왜 이렇게 맛있지. 역시 살찌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행복의 공식=고칼로리.








이거 먹어보고 싶어서 후디구디. 아이스크림 먹다가 너무 달아서 잔을 들고 커피를 마셨는데, 완전 진하고 써서 '컥'하고 내적 소리를 뱉은 후 급하게 아이스크림을 입 안에 넣었다. 케이크는 비쥬얼만큼의 맛은 아니었지만 커피는 맛있었다.








최종 면접을 본 날, 기분이 너무 다운돼서 그냥 어디든 가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난 곳이 이곳이었다. 걸으면서도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이 푹푹 나왔다. 해외에서 공부를 해볼 걸 하는 후회는 언젠가부터 있었는데 이날 더 그런 후회가 밀려들었다.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도 한숨이 이따금씩 푹푹 나왔다. 상실의 시대는 무작정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전후 상황이 그려질 정도로 좋아하는 책인데, 글자가 눈에 안 들어와서 읽히지도 않았다. 머릿속에는 딴생각으로 가득한 채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사운즈 한남은 겨울에도 햇살이 예쁘게 내리쬐여서 마치 밖은 따뜻할 거야,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커피를 마신 후 스틸북스에서 책을 보던 중에 합격 전화를 받았다. 기쁜 마음에 벅차올랐다가도 한편 걱정되고, 마음의 곡선이 요동을 쳤던 서점에서의 시간.








그리고는 살까 말까 고민했던 헨젤과 그레텔의 섬이라는 책을 샀다. 왼쪽 페이지엔 원서, 오른쪽 페이지엔 번역본이 있어 출퇴근길에 틈틈이 보면서 공부하려는 마음이었는데, 아마 잘 안 보게 될 거라 생각하면서도 이날은 그러한 마음이 차고 넘치는 날이었다.








거의 일 년만의 출근이 꽤 어색할 거라 상상했지만 늘상 출근하는 사람처럼 익숙한 기분이었던 반면, 퇴근 후에는 생각이 많아져서 잠을 잘 못잤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의 전임자 주위에는 자신의 업무 바운더리만을 견고하게 지키려하는 사람들뿐인 것 같았다. 여러 낌새를 캐치해 구슬려 물어보니 전임자는 몇 년의 시간동안 혼자 온갖 일을 너저분하게 물려받은 것 같아보였고, 그 뒤를 이을 자신이 없어 시간 끌 것 없이 빠르게 포기해버렸다. 어차피 첫 이력서 제출에 합격까지 원샷원킬로 쉽게 얻어낸 것 같아 관두는 것에 후회는 1도 없었지만 뭐랄까, 선물을 받고서 잃어버린 기분? 허전한? 헛헛한 그런 느낌. 그야말로 이지컴 이지고. 어쨌든 다시 집순이인 걸로.








'일단은 집에서 여유롭게 커피나 마시자. 꽤 오래지만 아파서 그랬던 거니까. 천천히 생각하자'라며 정신승리. 그리고 4월의 도쿄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이번달에는 동생이랑 꽤 많이 만났다. 도산공원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었는데 별 영양가도 없는 걸로 헛배 채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후회스러웠고, 대만식 토스트까지 먹고나서는 속이 좀 니글거렸다.








이곳의 커피는 완전 내 취향이었다. 이제야 이곳을 영접하다니. 커피 마실 맛이 나는 갈색 유리잔도 취향 저격 탕탕탕.








파크에서는 후쿠오카의 한 독립서점에서 본 것보다도 더 흥미로운 북한 사진집을 봤다. 북한의 레트로한 패키지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통일이 만약에 만약에 혹시나 된다면 이런 곳들이 핫플이 되겠지.









노티드의 귀여운 스마일 패키지에 도너츠를 종류별로 담아 집에서 우유랑 뇸뇸.








크리스마스 맞이를 위해 백화점에 가서 점심으로는 야바톤의 히레카츠를,








식후엔 콩카페의 사이공 연유라떼. 첫 입부터 이 세상 커피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찌나 진한지 심장이 벌떡거리면서 어지러웠고 잠도 오지게 안와서 새벽 5시 넘어서 겨우 잠들었다.








준비를 마치고 몽상클레르에서 동생이랑 간단히 먹을 조각케이크를 샀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라보카에서. 저번 크리스마스에도 라보카 케이크를 샀는데 또 여기에서 샀다. 이유는 몇 바퀴를 빙빙 돌아도 가장 크리스마스스러운 디자인의 케이크를 파는 곳은 이곳뿐이라서.









별 거 아닌 걸로 깽구랑 싸워서 꿀꿀했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다음날은 평화의 해피 크리스마스. 아이스와인을 살까 말까하다가 내가 안 마시니까 패스했는데 의외로 깽구가 와인을 찾아서 살 걸 그랬나 싶었다. 저번 크리스마스에 비해 상차림이 단촐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파티 분위기로. 음식은 새우리 김밥을 사봤는데 딱새우가 아니라 어묵이 들어있어서 당황쓰. 제주도에서 먹었으면 화났을 뻔. 다 늙은 마당에 크리스마스 따위 별 거 아니란 건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일 년 중 화려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손꼽히는 날이니까, 이날을 단순히 '빨간 날'로 보내버리고 싶지가 않다.










크리스마스쯔음, 이전 회사 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고 해서 나도 부랴부랴 선물을 준비해서 만났다. 퇴사 이후에도 생각하고 챙겨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가슴이 따뜻해졌다. 고마운 마음을 더 예쁘게 담아낼 홍차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12/03 17:24

11월 한달 기록 일상







한동안 무기력했다. 모든 즐거운 일들은 그때뿐이었고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나를 우울하게 하는 생각에 얽매여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만 몇 번이고 주구장창 읽었다. 나를 괴롭히고 싶을 때마다 꺼내 읽는 책이었다. 우울할 때는 애써 분위기를 밝게 바꾸지 않는다. 그 분위기에 계속 침잠해있다보면 '아 지루하다'라고 느끼는 어느 순간에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된다(이건 11월이 끝날 무렵 만난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였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 이날은 비가 엄청나게 오는 저녁이었다. 일부러 불을 다 끄고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책을 읽었고 쏴아아 거세지는 빗소리가 좋아서 이따금씩 창을 내다봤다. 카페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내고 싶어서 커피잔 옆에 물컵도 놓고, 서비스 초콜렛처럼 작은 그릇에 초콜렛도 올려놓고. 저번달 후쿠오카에 갔을 때 '여행지의 카페에서 조용히 책만 읽고 싶다'고 생각한 걸 집에서 기분 내어 하고 싶었다.












칩거의 생활이 지겨워질 때쯤 연희동에 놀러갔다. 장소를 연희동으로 정한 건 푸딩이 먹고 싶어서였는데 예전에 먹은 그 맛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너무 탱글탱글 쫀쫀해진 느낌. 이날도 상실의 시대를 들고 나갔는데 음악소리가 커서 집중이 안돼 얼마 읽지 못하고 덮었다.









책 구경도 하고 고양이도 볼 겸 유어마인드에 갔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뾰루퉁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시선강탈이었다.







단풍이 예쁘게 든 서점 계단에 놓인 울퉁불퉁 모과 한 알. 가을이 너무나 느껴지는 이 풍경에 가슴설레했다.









주택가에는 곳곳마다 잘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가을 너무 좋아. 가을 만만세.









연희동 이곳저곳을 산책하다가 근처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카레를 먹고 홍대로 갔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일본식 술집이 곳곳에 보였고, 기린맥주의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 갖고 싶었다. 아이쇼핑을 하며 걷던 중 필리핀에서 왔다는 관광객 소녀들이 갈빗집 사진 한장을 보여주며 길을 물었다. 말로만 설명하기엔 복잡한 길이라 갈빗집에 데려다줬는데, 도쿄 첫 여행 때 롯폰기에서 우리를 미드타운까지 데려다준 천사 언니가 생각났다. 이 소녀들도 그런 좋은 기억으로 내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꼭 드는 예쁜 원피스도 몇 벌 사고, 이런 저런 추억도 떠올렸던 기분 좋은 나들이었다. 









딸기쇼트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피오니에서 조각케이크를 포장해왔다. 칩거 중 집 근처에선 딸기쇼트케이크를 팔지 않아 초코케이크만 먹던 중이었다. 상실의 시대에서 미도리가 딸기쇼트케이크로 상대방의 애정을 확인하는 대사가 나온다. 아무래도 이 책에 너무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딸기쇼트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트루로맨스의 샬레도 포장해왔다가 냠. 디저트를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다. 단 걸 끊는 건 너무 어렵다.












미루던 건강검진을 이제서야 받았다. 병원은 갈 때마다 무서운 곳이었는데 하도 치료를 힘들게 받다보니 검진쯤이야,라는 생각이 들어 그다지 무섭지도 긴장되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잃으면 뭔가는 얻게 된다고, 어찌됐던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집에 오는 길에 또 케이크와 커피를 사들고 오는 당중독자.







초코케이크를 이렇게 먹는 사람은 흔치 않겠지. 제일 좋아하는 초콜렛을 가장 마지막에 먹기 위해 이렇게 빵부터 파먹는다. 이런 성향은 과제가 있으면 제출기한이 아무리 오래 남아있어도 그날 당장 해야 되는 행동과도 관련된 거다. 좋은 소식부터 들을래 나쁜 소식부터 들을래, 하면 나쁜 소식을 지금 당장 빨리 말해봐! 하는 것과도 같은 거고.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제대로 겨울이 오기 전에 나 혼자 여행을 해보자 생각했다. 사실은 나고야에 혼여를 가고 싶었는데 혼자 여행을 하기에 내가 정신적으로 단련이 돼있는지를 시험해보고 싶어서였다. 지역은 당일치기로 갔다올 수 있는 대전으로 정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SRT를 타러 호기롭게 갔는데 좌석이 매진됐다고 해서 나의 일탈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안될안'이라며 내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일단 커피숍에 가서 허기를 때우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으로 다음날 SRT 왕복표를 예매해버리고는 조금 수그러든 기분으로 또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








SRT는 생각보다 꽤 좋았다. 열차를 타니 대전도 금방(?)이었다. 여행이라며 떠났지만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라는 기분을 느낀 건 역에 내려 대전역이라고 쓰인 커다랗고 예쁜 폰트를 바라본 이 순간이 유일했다. 지방이라는 생각에 온 곳이었지만 어쨌든 광역시인 이곳은 내가 사는 곳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고, 무엇보다 대전이 '여행'과 적합한 도시는 아니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버스를 타고 눈에 띄는 것들을 찰칵찰칵 찍는데 그 다음 정거장에서 탄 뒤에 앉은 모녀의 대화 때문에 꿀떡을 물없이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해졌다. 별 건 아니었는데, 버스비가 1200원인데 1510원이 찍힌 거 같다고 대충 이런 식의 대화를 버스에 타있는 내내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상하면 기사한테 가서 얘기를 하지 내가 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어떻게 '잘못 찍힌 버스비'라는 주제만으로 저렇게 오래 대화가 가능한 것일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버스에서 내려 우선 하치카페에 갔다. 인스타 피드에 자주 떠서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카페 분위기도 그렇고 귀여운 우유병도 그렇고 교토의 어느 조용한 카페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혹시 혹시나 대전에 또 갈 일이 있다면 다시 가고 싶은 카페였다.










가려고 한 밥집이 열기까지는 시간이 있어 책을 읽었다. 커튼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이 책에 예쁘게 내려앉았다. 가끔씩 잔에 우유를 붓고 커피 얼음을 빨대로 휘휘 저으며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새로 생겼다는 카페겸 밥집에 가서 크림스튜 정식이랑 무화과 에이드를 시켰다. 창밖에 온통 가을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요즘은 카페며 음식점이며 뭔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많은 것 같다.









100sheets라는 팬케이크 가게. 여기도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블로그에서 이곳을 열게 된 과정을 봤었는데 어린 나이에 목표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실행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서였다. 다소 허름해보였던 공간을 이렇게 예쁘게 꾸민 것도.









창가 자리에는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여서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 남기긴 했지만 수플레 팬케이크도 딸기라떼도 맛있었다.








아무리 볼 게 없다지만 여행으로 온 건데 뭘 봐야할까 엄청 찾다가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을 찾아갔다. 견학을 온 중학생들이 있어서 동선상 뒤에서 같이 설명을 듣기도 하고 나름 재미있었다. 대전의 역사가 이곳에 이주해온 일본인들을 근간으로, 너무 그 얘기에 치중돼있는 느낌이라서 조금 의아한 기분으로 나왔다.







대전에 온 이상 성심당을 안 갈 수가 없었고, 덕분에 기차 시간이 빠듯해져서 역까지 엄청 급하게 왔다. 이 기차를 놓치면 또 좌석 매진으로 강제 1박2일이 될까봐. 내가 제일 못하는 게 교통수단 타는 곳을 찾는 것인데 지하철 갈아타는 곳도 빙빙 헤멜 정도라 어디서 타야 하는지 어리벙벙대다가 발견한 이 표지판에 안도했다.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손에 다 성심당 종이백이 들려있었다. 대전으로 놀러온 친구에게 성심당에서 빵사고 집에 보낸다로 귀결되는 대전 여행 알고리즘이 생각나서 웃겼다. 역으로 가는 길에 너무 긴장하고 체력을 다 써버려서 그런지 기차를 기다리면서 불안감과 어지러움이 와서 나고야 혼여는 안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며 기차를 탔다. 기차에서 초코푸딩을 먹으며 집에 와서 기진맥진해버렸다.







엄마의 생신이 있어서 일산에서 가족 식사를 했고,







깽구 어머니의 생신이 연달아 그 다음주에 있어서 대가족 식사를 했다. 생일 케이크로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갑분셀. 동생 친구가 눈빛이 30대 중반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맑음이라고 한 걸 전해듣고 기분이 좋았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였는데 괜히 나들이를 하고 싶어서 가을 산책을 나섰다. 가을은 자꾸 허튼 생각에 빠지고 우울한 감정이 드는데 그 기분이 그리 나쁘지가 않다. 가을에만 허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우울한 생각, 죄책감 같은 것들을 생각하며 빠삭빠삭 낙엽을 밟고 싶었는데 젖어있는 낙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러다 들어간 카페에서 마들렌을 서비스로 줘서 고마웠다.







동생이 이틀 연차를 썼다고 해서 잠실에서 호캉스를 하기로 하고 이곳의 핫한 카페인 머머에 갔다. 나름 오픈 시간 전에 갔는데 평일인데도 이미 웨이팅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소꿉놀이하는 기분.







석촌호수를 걸었다. 쨍한 색깔에 눈이 부실 정도로 단풍잎이 아주아주 새빨갛게 물이 들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을 사진이 못 담아내는 게 아쉬웠다.








송리단길에서 뭘 먹을까 하다가 젠이라는 곳에서 히레카츠 정식과 참치초밥 2점을 먹었다. 다 먹어갈 때쯤 연어초밥을 서비스로 주셔가지고 감사했는데 나갈 때도 문 열어주고 엄청 친절하셔가지고 너무 좋았던 곳이었다.








호텔로 들어가기 전 가배도에서 커피를 마셨다. 여기는 좀만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 걸 싶은 곳.







롯데월드몰 구경하고 백화점으로 들어가려는데 이걸 보고 눈물이 났다. 어렸을 때 여기에 종종 와서 분수를 보며 동전도 던지고 했던 곳이었는데 예전 모습 그대로 있었다. 울컥하는 기분을 누르고 있었는데 동생이 "우린 이렇게 컸는데 여긴 그대로네"하는 말에 찐따처럼 흔들리는 목소리로 울먹거리면서 울 것 같으니까 빨리 가자고 말했다. 신목중학교의 운동장, 잠실역의 분수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저녁에는 한강공원을 산책했다. 미세먼지가 뿌옇게 하늘을 흐려놓은 게 오히려 더 몽환적인 노을빛이 나서 마치 센과 치히로 만화속 밤 분위기 같았다. 환상적인 공간에 빨려들어온 느낌이었다. 벤치에 앉아 오지상 치즈케잌을 먹는데 어렸을 때 먹던 수플레 케이크 맛이 떠오르는 그런 맛이었다.









햄버거와 귀여운 딸기케이크를 포장해와서 호텔에서 먹었다. 그리고 이렇게 밤이 지나가는 게 아쉬워서 또 밖으로 나갔다.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를 구경하면서 겁이 많아 잘 타지는 못하지만 들어가고 싶었다. 예전에는 입장권이나 빅쓰리 같이 부분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그냥 놀이공원의 분위기만 느끼고 싶은 건데. 아쉬운대로 석촌호수를 오래오래 걸으며 놀이기구의 움직임과 사람들의 함성을 보고 들을 뿐이었다.








이날 너무 많은 것들을 먹은 게 화근이었다. 자기 전 빵을 먹은 게 얹혀서 새벽에 토하고 잠도 못자고... 잠실에 별로 올 일이 없어 먹고 싶은 걸 보면 욕심 내서 먹었는데 체하고 나니까 후회가 됐다.







다음날 체크아웃 시간까지 자고 일어나 소화가 잘 되는 걸로 밥을 먹으니 속이 좀 괜찮은 것 같아 빌즈에 가서 파블로바 케이크를 먹고 동생과는 헤어졌다. 당분간 과식은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디저트는 끊지 못하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그동안 나도 아팠고 또 다른 친구도 아팠고, 한 친구는 몸을 다쳤고 또 다른 친구는 마음을 많이 다쳤다. 마음이 다친 친구는 밥을 먹는 동안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 우리의 얘기를 했고 그 친구의 눈빛이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 후에야 알았다.









카페로 가는 복도에 의자 3개가 놓여진 것만 봐도 와타나베와 나오코와 키즈키를 생각하고, 와타나베와 나가사와와 하츠미를 생각하고, 와타나베와 나오코와 미도리를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나는 소설 상실의 시대에 너무 깊이 빠져있었다.








카페에 앉아서 조금 지나자 친구가 자신의 얘기를 했고, 그 얘기가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와서 지금까지도 마음이 힘들었다. 말을 하면서도 그 얘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꽉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안타까웠고, 이겨낼 수 없음을 얘기하는데 힘내라던지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조차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어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을 죽이는 데까지 몰아넣는다,라는 말에 공감했다. 동물이라면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동물이 돼보지 않는 이상은 모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그런 생각하지 마, 쓸데없는 생각이야라고 말하는 건 참 쉽다. 꼰대 같은 말이다. 그 사람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된다는 건 안다. 무슨 말을 해야 힘이 될지 많이 망설였다. 그런 말을 꺼낸 건 그러고 싶지 않다는 메세지로 느껴져서 많이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말밖에는 하지 못했다. 위로의 말보다는 느낌이나 태도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우리 테이블에 휴지와 물티슈를 말없이 챙겨준 점원에게 내가 말없는 위로를 느낀 것처럼, 친구도 진심어린 걱정과 공감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으면 할뿐이다.







11월의 마지막날에는 동생과 친척동생을 만났다. 카페에서 기다리면서 나는 또 책을 읽으며 나오코의 쓸쓸함을 되짚었다.







다음엔 이 카페에 가보고 싶어.









금요일 저녁 홍대의 음식점은 어디든지 웨이팅과 재료 소진이었다. 그나마 웨이팅이 적은 곳에서 밥을 먹고 19호실이라는 카페에 갔다. 단독실로 쓰는 2층이 비어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주변의 눈치볼 필요 없이 우리가 유년시절에 공유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얘기했고, 그것들을 털어냄으로써 기분이 조금 홀가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2018/11/06 16:24

10월 한달 기록 일상





평일에 혼자 먹을 점심 차리는 게 제일 귀찮다.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원플레이팅 밥상. 이건 무슨 자취생이 따로 없어.








말랑한 복숭아, 자두나 체리 같이 아삭거리지 않으면서 칼 없이 먹기 쉬운 과일이 좋다. 메론은 통을 자르는 게 힘들 것 같아 손이 안 갔는데 의외로 쓱쓱 손질이 돼서 먹기 쉬운 과일에 추가. 과일 잘 깎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칼날이 엄지를 향해 밀려오는데 그걸 무서워하지도 않고 뱅뱅 잘 깎는지. 겁이 많은 나에겐 암만 연습해도 안 되는 일 중 하나다.








날이 쌀쌀해져오면 따뜻한 토피넛 라떼에 샷을 추가해서 마시는 것이 가을의 소소한 행사다. 자동적으로 생각이 난다.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태어난 달인 10월은 날씨가 제일 좋아 가장 사랑하는 달이다(그치만 언젠가부터 10월부터 추워서 9월로 바뀌어버릴지도). 예전엔 밖에서 생일파티하고 오면 집에 먹고 남는 케이크가 많았는데 이젠 그럴 일도 없고 생일도 생일 같지도 않고. 양이 남을 걱정 없는 조각케이크 하나를 사서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숫자를, 조촐하게 축하했다.









번쩍번쩍. 생일축하 왕관과 led 안경. 이렇게 치장을 하니까 파티 느낌이 나서 신났다. 나이는 많이 먹었는데 하는 짓은 아직도 사회초년생 같이 어리숙하고 붕붕 떠있다.







(눌러야 움직이는 gif)
발광력 갑.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가슴이 따땃해졌다.







결혼 3주년을 맞아 편지를 쓴 후 안하던 짓을 하려니 괜히 민망해서 내가 쓴 게 아니라 아이유가 쓴 거라며 아이유 부채를 옆에다 놨다. 이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깽구가 "오늘이 결혼기념일인 거 알아?" 물어봤을 때 "당연하지!!!"하고는 뜨끔해서 쓴 편지였다. 퇴근 후 편지를 본 깽구가 가방에서 편지지를 꺼내며 자기도 편지를 쓰려고 갖고 갔는데 너무 바빠서 못 썼다고 말하는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짠했다. 풀죽은 강아지 같은 눈망울이었다.








결혼기념일과 생일을 한꺼번에 몰아서 자축할 겸 찾은 롯데 호텔.









전엔 디저트 접시만 두 그릇 먹지 않았나. 세 접시 먹고 한계를 느꼈다. 위장을 더 늘리고 갔었어야.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온 바로 다음날 친한 동생이 집 근처라고 해서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집으로 초청했다. 쟁반짜장이랑 탕수육을 시켜먹고 깽구가 퇴근해서 올 때까지도 한참동안 수다를 떨었다. 힘들어서 그냥 푹 쉬고 싶은데 만나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던 게 괜히 미안해졌다.








10월은 여행 일정 짜는 데만 매달려있었다. 거의 집착적으로. 새로운 행사나 멋진 장소를 알아낼 때마다 동선에 맞게, 휴무일에 걸리지 않게 계획을 시시때때로 수정하면서 머릿속으로 그곳을 몇천 번을 갔다왔는지 모른다. 사실 여행을 하는 것보다 계획하면서 상상해보는 시간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나왔던 것처럼. '이불 밖은 위험해' 할만큼 위험이 도사린 여행은 아니었지만, 어떤 곳일지 기대하고 그려보는 순간에는 여행지에서의 그 어떤 부정적이고 갈등이 있는 상황은 내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보는 바깥 풍경의 구름은 항상 다른 모습이다. 몽실몽실 통통한 구름, 층층이 쌓인 계단 구름, 흰색 물감을 묻힌 붓으로 콕콕 찍고 흩뿌린 듯한 구름. 초록빛이었던 여름산도 노란색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을의 느낌이 물씬 들고. 때때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고, 멀리 보이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지 엉금엉금 막히는지를 내다본다.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으러 떼지어 나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선로를 따라 나란히 달리는 기차들과 초록빛 풍경에 멍하니 빠져있을 때도 있다. 밤이 되면 반짝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때때로 달이 아주 크고, 밝게 보인다. 굳이 어디를 찾아가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내가 집안에서 보고 느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여행이구나, 생각한다.




2018/11/05 17:00

후쿠오카 7 2018 FUKUOKA




호텔 체크아웃은 꽤 늦은 12시였다. 늦잠자고 점심부터 시작해도 좋을 체크아웃 타임이지만 마지막 날이니까 아침 일찍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었다. 원래는 8시에 나가려 했지만 전날밤 생지랄의 여파 탓인지 몸이 안 좋아서 좀 더 누워있었다. 일찍 일어났는데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걸 답답해하다가 9시 반이 돼서야 나왔다. 가는 길의 자판기에는 여행 중 그토록 먹고 싶었던 콘스프캔이 있었지만 이 역시 준비 중이란 문구만 뜨고 마실 수가 없었다.









호빵맨을 좋아하니까 박물관까진 안 들어가더라도 이건 보고 싶었는데 소원 성취.








나카스강에 비치는 건물과 나무의 느낌이 유럽스럽지 않냐고 했다가 혼날 뻔.








쨍한 파란색 건물이랑 버들나무가 있는 나카스강 풍경이 예뻐서 찰칵.









마지막날 아침은 카페부터 시작. 비행기를 타야 되는 날이니까 커피가 아닌 음료가 유명한 곳으로 왔다. 강아지 앞발 휘낭시에가 귀여워서 찰칵. 앞발 2개, 이런 표현이 너무 귀여워.







일행은 디카페인 커피, 나는 곰돌이 핫초코를 시켰다.







곰돌이가 뜨거운 우유에 입수하기 전에 우유잔에 팔을 걸치고 있는 걸 찍고 싶었는데 빠르게 입수.











연이어 빠르게 입수하는 곰돌이 때문에 당황한 나의 핸드폰. 그냥 다 퐁당퐁당 빠뜨려서 휙휙 저어버렸다. 부드럽고 따뜻한 초코 우유로 속을 채우고 안에 전시된 그림을 보다가 나왔다.








나카스의 패밀리마트에서 결국 그토록 먹고 싶었던 따뜻한 콘스프 캔을 발견하고 바로 사버렸다. 여기 패밀리마트는 항상 여행 중에 못 구했던 걸 샀던 곳이라 더 고맙고 기쁜 마음이었다. 마셔보니 너무 맛있어서 못 마셨으면 큰일날 뻔했다 생각했다. 커다란 옥수수알이 엄청 많이 들어있어서 속이 뜨뜻하고 든든해졌다.







내 이름의 한자를 보고 찰칵. 아침에 눈이 좀 아팠는데 림 안과라니. 괜한 의미 부여.








다시 체크아웃을 하러 호텔에 들어가는 길. 아침부터 이미 새벽에 비가 와서 땅이 젖어있었는데 걷다보니 비가 엄청나게 오기 시작했다. 마지막날의 날씨가 안습.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캐리어를 맡기고 나왔을 땐 더 세차게 비가 왔고,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음식점은 휴무였다. 안을 들여다보니 창 건너편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져서 더 아쉬웠다. 계획도 틀어지고, 외진 지역이라 폭우를 뚫고 다른 지역으로 가려니 너무 속상했고. 일단 5일차에 갔던 할머니네 카페쪽에 택시를 타고 갔는데 할머니네 카페는 이날도 닫혀있었다.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고민하며 근처를 거닐다가 눈에 띈 카페에 무작정 들어갔다.








조용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눈치가 보이는 그런 분위기의 카페였는데,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조용하고 풍경이 예쁜 카페. 한국인들의 평이 좀 갈리는 것 같아서 안 가려고 했던 곳이었는데 와보니 개인적으로 취향인 곳이라 좋았다. 구아바 쥬스랑 하야시 라이스. 창밖에 비가 떨어지는 풍경을 보며 천천히 하야시 라이스를 한입 한입 먹는 느낌이 좋았다.








디저트로는 몽블랑을 시켜봤다. 가을이니까. 부드럽게 떠지는 묵직한 맛의 밤크림과 산뜻한 느낌의 생크림이 좋았다. 개인적으론 그 유명하다는 앙젤리나의 몽블랑보다 이게 더 맛있었다. 사진은 5장만 찍으라고 돼있었는데 무음카메라로 3장만 찍었다.







신상 커피를 파는 자판기에 일행을 데려갔다. 캔커피 덕후인데, 나는 캐리어가 꽉 차서 살 수 없는 게 좀 속상했지만 일행이 나중에 우리집에 갖고 와서 같이 마셔보면 되니깐... 그치?

 






꽃이 좁쌀처럼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있길래 신기해서 찰칵.








가려는 카페마저 도착해보니 임시휴무일이었다. 가는 길에 아베키를 봤지만 한국인들 후기를 보니 대응이 별로인 것 같아 지나쳤는데 거기라도 갈 걸 그랬나 싶었다. 화장실도 들를 겸 세븐일레븐에 가서 이것저것 사봤다. 키나코라떼는 하나만 산 걸 후회 중이고, 랑그드샤는 이걸 사느니 쿠크다스를 먹지 싶었다.








이날 아침에 호텔에서 본 TV 프로그램에서 단호박 특집을 했다. 손질하는 방법, 단호박 장인이 있는 가게에 찾아가 풀어지지 않게 삶는 법 등등, 정말 그야말로 단호박 특집이었는데 지나가던 길에 단호박을 보니 그 생각이 나서 찰칵.







흐리던 날씨는 차차 해가 쨍해지면서 밝아졌지만 희한하게도 비는 계속 내렸다. 길가에서 한 아저씨가 대형 꽃꽂이를 하고 있었는데 햇빛을 받은 꽃 빛깔이 너무 예뻐서 찍어봤다.








원래 한 잡화점에서 하는 전시회에 들렀는데 오픈 시간이 한 시간 후라고 해서 신발도 말릴 겸 카페에 갔다. 비행기를 타는 날인데도 긴장되거나 불안함이 전혀 없어서 카페모카를 마셔봐도 괜찮으려나 싶다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일행에게 그냥 밀크티로 주문해달라고 했는데 그걸 까먹고 카페모카로 주문해서 당황쓰. 일행은 자신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밀크티도 카페인이 많다, 자신이 시킨 그린티 레모네이드도 카페인 많다며 자기변호에 열심이었다. 근데 진짜 진하고 맛있어서 카페모카 마시길 잘했다 싶었다.












음료잔의 하트와 글자가 귀여워서 찰칵.








커피를 마시다보니 비가 그쳤다. 다시 전시회를 보러 잡화점 가는 길. 귀여운 간판의 술집을 찰칵.










이곳도 한 달에 여는 날이 별로 없는 잡화점인데 우리의 여행 마지막날부터 전시도 시작하고 잡화점도 열어서 다행히 와볼 수 있었다. 오늘이 전시회 시작하는 날이라고 하길래 인스타를 보고 알았고 일부러 보러 왔다고 했더니 인스타가 정말 대단하다며 신기해했다.







북한 사진집이 있길래 보고 있었더니 대만 작가가 찍은 북한 모습이라며, 일본인들은 전혀 알 수가 없는 곳이니까 신기하다고 하길래 우리 남쪽 사람도 북한 전혀 모릅네다, 우리야말로 신기합네다 말해줬다.








이곳에서 프리다 칼로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스티커를 샀다.








딱히 갈 곳이 없어 다이묘 거리를 이리저리 걸었다. 간판에 걸맞는 할로윈 해골이 재미있어서 찰칵.









딱히 하는 것 없이 귀여운 것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옥수수 캔스프를 하나만 더 사갈까 싶어 자판기도 틈틈이 둘러보고. 비스트로 보스는 맛이 가늠이 안 돼서 패스.







아침의 그 맛있는 콘스프를 발견하고 캐리어의 자리를 쥐어짜서라도 넣을 요량으로 사봤다.







일행은 이 캔커피를 우리집에 놀러올 때 꼭 갖고 와서 같이 마실 것이다. 그치?








캐리어에 자리만 있었다면 싶어 아쉬웠던 자판기 탐방.







수분 충전용으로 뽑은 리치 그린티. 자판기에서 봤을 때는 소주병 같은 짙은 초록색이었는데.









(눌러야 움직이는 gif)
딱히 뭘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고, 너무 힘들어서 그냥 앉아서 쉴겸 아지트로 갔다. 원래 이럴 땐 호텔에 들어가 쉬었는데, 체크아웃까지 마친 진짜 마지막 날이구나 실감이 돼서 너무 아쉬웠던 순간. 한참을 아지트의 푹신한 쇼파에 기대어 쉬다가 걍 인스타 구경하는데 나이키 커스텀 티셔츠 피드를 보고 이거다 싶어 나이키로 갔다.







호텔에 맡긴 짐을 찾고 공항에 가는 걸 계산해봤을 때 여기서 20분 넘게 있으면 망하는 시간이라 얼마나 걸리냐고 했더니 10분 정도라고 해서 안심하고 커스텀을 골랐다. 후기를 보니까 어떤 사람은 만들어주는 직원이 너무 느려서 50분 걸렸다길래 조마조마했는데 빨리 완성됐다.







내가 만든 커스텀 티셔츠. 너무 예뻐서 티셔츠를 받고 폴짝폴짝 기뻐했다. 후쿠오카 여행을 기념할 수 있는 티셔츠를 마지막날에 득템해서 더 의미가 있었던. 호텔까지 빠르게 종종걸음으로 걸어 캐리어를 찾고 국제선 공항에 시간 맞춰 도착.







갖고 있는 액체류를 뱃속으로 처리하고 출국 수속에 들어갔다.







공항 면세점에서 산 것들. 로이스 감자칩 말고는 사고 싶은 것도 딱히 없어서 그동안 안 사봤던 인스턴트 이치란 라멘이랑 명란마요네즈 정도만.







게이트에서 탑승 수속 시간을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스타벅스 직원이 먹어보라며 햄치즈 바게트를 시식으로 줬다. 심지어 따뜻하게 데워서. 비행기 타기 전에 먹으면 속 안 좋아질까봐 갖고 있다가 비행기 안에서 먹었는데 진짜 너무 맛있어서 커다란 걸로 하나 사고 싶었다.







거의 밤비행기로 보는, 이륙 후 후쿠오카를 떠나는 순간. 버튼으로 밝기 단계를 조정하는 창문이라 그런지 사진이 선명하게 찍히진 않지만 마지막으로 보이는 후쿠오카의 불빛을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봤다.








이륙하고서도 한참동안 기내 모니터가 웰컴 표시만 뜨고 작동이 안 돼서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몇달 전 도쿄에서 올 때, 그리고 이번 여행의 비행에서도 긴장감과 불안감이 없어 폐소공포가 나아진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다른 승객들의 모니터도 같은 상태였고 이륙 후 10분이 훨씬 지나서야 조작이 가능했다. 바로 위치 표시 화면을 켜고서 내 상태에 스스로 더 불안감을 느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서비스로 커피를 마시는 것도 버킷이었는데 포기. 앞으로 저가항공도 타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모니터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상태로 무슨.









돌아오는 기내식은 삼각김밥일 게 뻔해 저지방식을 시켰는데 차라리 삼각김밥이 나았을 걸. 빵에 소스 하나 없이 야채와 토마토만 들어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준 햄치즈바게트 아니었으면 저녁을 아예 쫄쫄 굶을 뻔. 일행도 자신의 삼각김밥을 나눠줬다. 태어나서 삼각김밥이 제일 맛있었던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인천에 다다르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3D 지도를 확대해서 본 활주로 풍경. 비행기에서 내려 빨리 짐을 찾고 집에 가고 싶었지만 분류 작업이 지연되고 있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짐 찾고 택시 타고 집에 오니 자정이 넘어 짐도 안 풀고 씻고 잤다. 다녀온 지 얼마 안 됐지만 기록을 남기면서도 까먹은 것들이 많을 정도로, 다녀오고 뒤돌면 까먹는 기억들이 이렇게 기록을 남김으로 인해 다시 떠올려지는 게 좋다. 기록을 끝내는 것도 여행이 끝나는 느낌이 같이 들어 아쉽고만.



2018/11/05 14:59

후쿠오카 6 2018 FUKUOKA




아사팡 먹으러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다. 케고신사 앞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이 정류장에 안 오는 건가 싶어 표지판도 확인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큐슈대 이토캠에 가는 버스가 두 대나 지나가는 걸 보며 안 되겠다 싶어 플랜 B의 버스를 타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미츠코시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생각지 못하게 일정이 지체되는 게 못내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플랜 B의 버스는 금방 도착했다. 버스에 타서 밖을 보니 노미호다이가 500엔이라고 쓰여 있는데 어디인지 상호는 알 수가 없는 간판이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오지 않던 버스를 한참 기다린 게 생각나서 헛웃음이 나왔다.










내일이면 이 여행도 끝이구나 싶어 눈을 스쳐가는 풍경에 더더욱 집중했다. 버스는 푸르른 녹음이 이어지는 길을 계속해서 달렸다.







아침빵으로는 연유 바게트와 감자빵을 골랐다. 먹고 가면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햇살이 커피컵 안으로 쏟아져들어가는 것처럼 찍힌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는 살짝은 어둡고 아늑한 분위기의 장소였고, 그 조용한 느낌이 너무나도 좋아 조금 안 좋은 기분을 누그러뜨리려 노력했다. 따뜻하고 폭신한 감자빵도 좋았고, 연유바게트도 너무 맛있었다. 며칠 전 먹은 연유바게트는 겉이 딱딱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했던 것이었는데, 이건 바게트 겉껍질의 고소함은 그곳보단 덜하지만 이로 부드럽게 뜯어지는 살결이 부드러운 빵이었다. 둘 다 맛있었지만 딱딱한 독일식 빵보다는 부드러운 걸 좋아해 여기가 좀 더 내 취향인 걸로.
연유빵이 맛있는 곳이라 들어서 빵을 살 때 연유빵을 하나 더 사서 콘빵과 함께 포장했다. 호텔에 갖고와서 먹은 콘빵은 반으로 가르자마자 옥수수가 와르르 터져나왔다. 여기도 다음에 꼭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 주변은 어딜 가나 치치야스가 많았다. 볼 때마다 귀여운 치치야스.








언제나 그렇듯 예쁜 꽃은 사진첩으로 넣어버린다.








귀엽고 예쁜 건 무조건 찍고 본다. 보육원 앞의 귀여운 우체통!








하코자키에 오면 텐진보다도 더 비행기가 낮게, 가까이 날아간다. 고개를 꺾어가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건 여행자의 시선일 뿐인지 현지인들은 비행기 날아가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느낌이다.








하코자키에 온 이유는 큐슈대에 와보고 싶어서. 몇달 전 이토캠으로의 완전 이전을 끝으로 폐교가 된 걸 알고 있었지만 11년 전의 짧은 추억을 회상해보고 싶어서 굳이 와봤다. 대부분은 공사현장이었고 볼 일 없는 사람 출입금지라고 써있어서 이렇게 돌아서야 되나 싶었는데 경비아저씨가 흔쾌히 들어가라고 하셔서 기뻤다.







일단 애도(?)의 와인빛 열매를 올려놓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폐교 체험 시작.







건물 안은 차마 무서워서 안 들어가보고 교정 주위만 알짱거렸다. 붉은색 벽돌로 된 건물과 넓은 교정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나는데 대부분 공사라 볼 수 있는 곳이 제한돼있는 게 아쉬웠다.







까마귀 주의라는 푯말이 있는 벤치 주변에 까마귀들이 걸어다녀 장난 반 진담 반 눈알 조심하자며 그곳을 피했다. 도토리를 주워 껍질을 까면서 하릴없이 본관 사무처 주변만 뱅뱅 돌아다녔다.







역시나 가까이 낮게 날아가는 비행기. 이곳 학생들이 이런 풍경을 보며 다녔을 걸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고, 여기서 다니던 중에 이토캠으로 옮겨간 학생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폐교된 큐슈대 탐방을 끝냈다.







이름이 귀여운 하또 마켓. 걸어다니면서 계속 여기 유학생들은 여기서 과일 사먹고 저기서 도시락 사먹고 좋았겠다 얘기했다.







귀여운 건 다 찍는다고.









어느 상점 앞 조그마한 벼룩시장. 찻잔이 예뻐서 고민하다 안 샀는데 이렇게 보면 또 아쉽다.








분홍색 건물도 예쁘니까 보면 찍는다고.







길가 자판기에서 본 이상한 음료수. 초생명체 음료라고 써있는 기괴한 캐릭터와 요상한 색감이 눈에 띄었다. 희한한 컨셉이고만.








초생명체 음료가 아닌, 오키나와의 느낌이 물씬 나는, 신맛이 강했던 시콰사 소다를 뽑았다. 이제 보니 무과즙이라 써있는데 모냐.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한 건강식을 파는 음식점에 도착. 여기도 할로윈이네.







야채찜에 옥수수가 없어서 쬐꼼 실망. 옥수수 킬러인데... 그래도 건강식치고 맛있어서 괜찮았다.







후식으로는 꿀이 들어간 레몬 푸딩이랑 오렌지 쥬스. 일행은 육복차를 마셨는데 걍 차맛이라고 한다.







나올 때 서비스라며 다크쵸콜렛 줘서 완전 기분 좋았다. 초콜렛까지도 건강식(?)이었던 착한 가게.







기타텐진으로 가는 길에 본 특이한 구조의 멘션. 동그랗게 나와있는 테라스가 인어공주 비늘처럼 문양을 만들던. 이런 테라스에 테이블 놓고 티타임 가지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좀 무서우려나.








겨울에도 원피스를 입을 정도로 원피스를 너무 좋아한다. '예쁜' 원피스 하나면 코디 걱정이 없다. 이건 내가 패션테러리스트(?)이고 코디를 잘 못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냥 예쁜 원피스 하나면 끝나니까 좋아한다. 기타텐진에 예쁜 원피스를 파는 티룸이 있어서 정기휴무일을 피해 일부러 와봤는데 클로즈...







뭣이? 해외 출장 갔다고라? 행사 출점도 한다고라? 그럼 엄청 예쁜 거 많이 들여올 것 같은데... 원망스러운 나의 여행일.







아쉬운 마음에 이온몰에 들어갔다. 나의 이름에 들어가는 한자만 보면 찍어버리는 버릇.








하코자키에서도 찰칵했었던 恵.








신나는 마트 구경. 레트로 또 발견.







한국에 같이 데려가고 싶었던 귀여운 호빵맨 쥬스팩.







이번 여행에서는 평소 여행 때 즐겨하던 걸 안한 게 많은데 그 중 하나는 메론소다 마시기였다.







마트 쇼핑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 내가 산 것들. 스트로베리 밀크티랑 오뎅국물분말, 껌, 가쓰오부시, 새우비스크 수프랑 파스타 소스.







이건 호텔에서 먹을 음료로 산 것들. 죠아 오렌지, 머스캣 요구르트. 머스캣은 패키지색이 맘에 들어 골랐다. 니시테츠 전철색인 탁한 에메랄드색. 그리고 여행 내내 민초의 씨가 말라 속이 팍팍 상하던 중에 발견한 초코민트두유! 얼른 사버렸지.








맛있다길래 사본 아이스노미. 녹을까봐 얼른 까먹고 다시 호텔을 나섰다.








또 꽃사진. 색색감의 물감을 묻힌 붓털처럼 신기하게 생겼길래.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찰칵. 예전에 구마모토에서 본 메론돔 같은 느낌.







버스는 물류회사들이 집결된 바닷가를 한참 달렸다. 흰 컨테이너에 까만 글씨로 '카와이'라고 써진 문구가 깔끔하면서도 예뻐서 찍고 싶었는데 놓쳐서 속상했다.









평일 한낮의 휴식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있는 공원을 걸었다.







마을을 가로막은 산이 달팽이 식당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유방산 같았다. 책으로 읽어도 잔잔하니 좋고, 영화로 봐도 화려한 영상이 좋았던 달팽이 식당의 분위기가 떠올라 더 생각이 깊어졌던 곳.








가지런히 늘어선 주택가는 여기 일산인가 싶었던 모먼트.







때마침 팬더 모양 어린이집 버스가 지나갔다. 여행 중 귀여운 어린이집 버스를 꽤 많이 봤었는데 이건 천천히 지나가길래 찍을 수 있었다.







여기서 중간 휴식을 취했다. 이곳 사는 사람들은 걱정도 근심도 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에 한껏 늘어져있었다.







좀 전의 공원 자판기에서 옥수수 캔스프를 발견하고 뽑으려 했지만 준비 중이라고 떠서 못먹은 아쉬움에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사갖고 나온 딸기스파클링 이로하스로 중간중간 수분 보충도 하며 걸음을 이어나갔다. 해중 도리이를 보고 다음 코스로까지 이동하려면 꽤 오래 걸어야 했다.









바다에 떠있는 도리이를 보려고 이렇게 열심히 걸어왔는데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대였다. 바다에 둥둥 떠있는 모습을 보면 더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 정도의 풍경마저도 새로웠기에 좋았다. 산책로의 벤치나 계단에 앉아 바다를 보며 책 읽는 사람을 보면서 또 한번 숙소에 소설책을 놓고 온 것을 후회했다. 다음 여행을 할 때는 이런 곳, 사람이 적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 또는 지나치게 조용하면서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쁜 카페에서 정말 좋아하는 소설책을 오랫동안 읽어보는 조용하고 느긋한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바닷가 산책로 바닥에 깔린 보도블럭은 당연히 까끌까끌할 거라 생각했는데 유리로 덮은 듯 맨들맨들했다. 신기한 마음에 스케이트를 타듯 슬라이드를 하며 걸었다.








문득 바다 너머의 관람차를 보며,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관람차를 볼 수 있었는데 후쿠오카에서는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쿠라, 구마모토, 벳부, 유후인, 아소산 등등 큐슈의 많은 곳을 가봤는데도. 후쿠오카에서 본 첫 관람차를 찰칵.






그야말로 배산임수의 멘션. 풍경이 좋은 곳의 집을 볼 때마다 저기에 살면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빈티지 블루 색감의 택시 세 대가 나란히 서있는 게 멋있어서 찰칵. 다음 장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계속해서 걸었다. 물을 많이 마셔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편의점도, 공중화장실도 없어서 그대로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렸다.








와 진짜 시골이구나,하며 낯선 목적지에 도착.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고양이를 봤다. 여행 6일차에 첫 고양이라니 말도 안돼... 고양이랑 노는 재미도 쏠쏠한데...







초등학생들의 하교 시간과 겹쳤는지 조용할 것만 같던 시골길에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어린이 보행 주의 표지판이 너무 귀여워서 찰칵.








관광지와는 좀 떨어진 시골 마을에 온 이유는 서점과 같이 운영하는 이 카페에 와보고 싶어서. 책도 구경하고, 가만히 앉아서 풍경도 보며 시간이 잔잔히 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일행은 커피, 나는 초코빵과 바닐라 밀크를 마셨다. 넛츠 밀크가 다 떨어졌대서 고민하다가 바닐라로 주문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커스텀별로 다 마셔보고 싶었다. 따뜻하고 폭신폭신한 초코빵이랑 마시니 더 꿀맛. 거기에 주인의 편안한 미소까지 더해져 개인적으로 해피해피브레드라는 영화에 나오는 빵집의 분위기가 연상되는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책방 카페에서 집(=호텔)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구글지도를 보니 다음날 아침에 배 타고 나가라고 써있어서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카페를 나와 근방의 기차역으로 가는데 지도가 역이 아닌 선로로 안내해서 난감했지만 근처를 뱅뱅 돌아 역을 찾아 들어갔다.








(눌러야 움직이는 gif)
무궁화호 같은 낡은 열차가 들어왔다. 정말 시골에 온 느낌이 들어 설렜다.







좌석 시트는 완전 깔끔하고 멋진데. 내가 좋아하는 쨍한 보라색.









짧은 거리지만 기차 창가에 기대 풍경을 보면서 갔다. 해가 질락말락하는 시간에 모습을 드러낸 둥근 달이 아주 크게 보였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나타라는 역에 내렸다. 여행자라면 절대 갈 일이 없는 지역이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여행 첫날 본 한국인 유튜버가 생각나서 "이곳은 나타라는 곳이고요? 보시다시피 사람이 없습니다"하면서 장난을 치며 걸었다. 타야 되는 번호의 버스가 시간이 지나도 안와서 텐진이라고 써진 버스를 무작정 탔다. 처음 와본 낯선 지역에서 지금 타는 버스가 어떤 어떤 노선을 경유해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버스에 좌석이 많이 없어 일행과 따로 앉았고 다행히 창가에 앉아서 풍경을 보며 갈 수 있었다.







꽤나 입체적인 호빵맨 그림이 달린 보육원의 벽도 찰칵.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인형의 집 같이 생긴 멘션도 찰칵.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창밖의 풍경이 지나가는 게 아쉬워 눈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갔다.
원래 타려던 버스는 35분이면 텐진에 도착하는데 이 버스는 그 시골길을 엄청나게 뱅뱅 돌아가는 버스였다. (일산러들만 알 수 있는 비유지만) 홍대 가려고 200번 타려다 921번 버스를 탄 격이랄까. 탄 지 40분이 돼가는데도 듣도보도 못한 동네만 계속 달리고 있었고 지도상의 텐진의 위치는 아직도 꽤 멀었다.
내 바로 뒤에는 한국인들이 앉아있었다. 둘 다 감기가 된통 걸린 코맹맹이 소리였는데 내 등받이에 팔과 머리를 괴고 있어서 불편했고 고개를 돌리면 얼굴이 맞닿을 것만 같았다. 불편한 것도 불편한 거지만 감기 옮을까봐 신경이 쓰여서 일행 뒷쪽에 자리가 나자마자 옮겨가서 이 무시무시한 버스에 우리 말고 한국인이 또 있다고 말했는데 일행이 묻는 것마다 뭔가 코메디 같았다.
"그 사람들은 내렸어?"라는 물음에 "어디서 내렸겠어" 대답하고는 서로 웃겨가지고 한참동안 웃음을 참다가, 좀 진정되니까 또 일행이 "어디서 탔는데?"라고 물어 "몰라, 우리 타기 전부터 있던데"하고 또 터져가지고 참느라 혼났다. 왜 이런 것만 물어보지. 그냥 관광객인 우리가 이 버스에 타있는 자체가 코메디였다. 호텔에 들렀다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버스에 한 시간이 넘게 갇혀있다보니 저녁을 먹어야 되는 시간이라서 그냥 나카스에서 내렸다.









토리마부시에 저녁 먹으러. 너무 맛있어서 한그릇 뚝딱.








이래저래 굉장히 지치는 하루지만 마지막 밤이니 밤카스를 보며 호텔까지 걷기로. 나카스강에 크루즈가 뜬 건 처음 본 것 같은데 안에는 세련된 복장의 할아버지들이 선상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어디 한 군데라도 더 가려는 욕심에 호텔에서 나와 카페에 갔다. 카페 인스타도 그렇고 소품들도 그렇고 주인이 음악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큰 사람 같았다. 라떼랑 아포가토를 시키니 원두를 갈기 시작해서 당황스러웠다. 둘쨋날의 카페보다 더 기다림이 심한 곳이겠구나를 직감한 모먼트였다. 안 그래도 들어가자마자 담배 냄새가 진해서 빨리 마시고 나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원래 아포가토 그릇은 따로 있고 처음에 주인도 라떼컵이랑 그 그릇을 꺼내놨었는데, 우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마음이 바뀌었는지 멋진 컵에 아포가토를 담아줬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어떻게 자기 카페를 알고 왔는지 신기해하는 느낌이었다. 이후에 온 단골 손님들도 바에 앉아 주인이랑 익숙하게 수다를 떨면서 우리쪽에 힐끔힐끔 궁금해하는 시선을 보냈다.







원두를 갈기 시작했을 때부터 느껴졌지만 커피가 훌륭했다. 커피가 맛있는 카페에서는 왜 담배 냄새가 나는 걸까.
어두운 밤 골목길을 나와 호텔에 들어가 마지막 밤의 짐 정리를 했다. 별로 산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캐리어가 터질 것 같이 빵빵해 다리로 눌러가며 겨우 잠그고 자물쇠를 걸었는데 왜 그때 난 자물쇠를 걸었던 걸까. 다시 뭘 집어넣으려 버튼을 눌렀는데 캐리어가 열리지 않았다. 000인 기본 비밀번호인데 잠그다가 잘못 눌러서 비번을 바꿔버렸나 싶어 000부터 999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총동원했지만 손가락 끝만 아리고 열리지 않았다. 짜증이 나서 다시 000인 상태에서 잡아당겨봤는데 걸개에 강하게 걸리면서 빠져나왔다. 알고보니 걸개가 고장난 거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생쇼를 하다니. 괜히 온몸이 아픈 것 같아서 침대에 누워버렸다. 마지막 밤인데 그냥 이렇게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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