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 Memory misses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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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30 15:21

4월 한달 기록 일상




도쿄에서 밤비행기로 돌아온 다음날 바로 출근=죽을맛. 심지어 너무 일찍 출근해서 카페에서 시간 때우다가 출근시간에 맞춰 들어갔고, 이후에도 카페놀이나 아침산책으로 출근시간까지의 공백을 채우는 날들이 꽤 있었다. 회사에 일찍 들어가면 젼내 답답쓰 + 뭔가 손해보는 느낌. 키치죠지에서 사온 브라우니를 아침 간식으로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100개 못 사온 내 자신을 질책했다.










여행을 갔다와서 한동안의 일상은 여행지에서의 것들로 채워졌다. 여행 전부터 몸이 골아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도쿄에서 사온 레토르트 컵밥으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휴식. 뜨거운 물만 부으면 돼서 너무 편하다.











호텔에서 갖고 온 하치미츠 홍차는 넘나 신기방기쓰. 티백을 우리는 동안 벌꿀향이 코를 찌르더니 정말 달달한 꿀맛이 났다.










4월이지만 체감온도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치를 보며 실내온도를 높이다가 개인 온풍기를 가져오니 눈치도 안 보이고 세상 따뜻. 하루도 온풍기를 안 튼 날이 없다. 미친놈의 날씨 같으니라고.











냉장고 재료 다 때려넣고 만든 두툼한 샌드위치로 점심쓰. 점심쓰 시간쓰에는 언제나 후딱 먹고 산책을 해야 한다.










점심 먹을 시간을 줄여 오래오래 산책하는 게 너무 행복하게 생각되는 요즘. 살 빼려고 산책하는데 디저트 가게들이 뿅뿅 튀어나와서 밥 먹고, 빵 먹고 마카롱 먹고, 커피 마시고, 먹고 마시고 또 먹고 + 갑자기 회사에서 개인 간식을 책상에 한무더기 쌓아주면서 다이어트 계획 5월로 이월되버림. 먹을 복도 이 정도면 문제야. 나 5월부터는 진짜 다이어트한다... 무말랭이 되기 전까지는 눈길도 주지 않겠어.









단 거 먹고 힘내라고 친구가 준 기프티콘도 이번달에 써버린다. 다이어트는 5월부터니까.










뽈뽈대고 돌아다니던 중 들러본 마트에서 7080의 향수가 느껴지는 과자를 발견했다. 이렇게 점심시간에 마트를 구경하니까 공덕의 악몽이 떠올라버려.









다이어트는 5월부터니까 양손에 군것질거리를 바리바리 사들고 점심 산책하던 중, 혈육의 절친한테서 짱 귀여운 이모티콘을 선물 받고 급하게 회사로 복귀해서 감사의 기프티콘 선물. 혈육이랑 잘 지내줘서 고맙고 귀여운 삼총사.











외부 회의하는 날, 짬짬이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마실 나온 기분. 이것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다시 하고 싶진... 읍읍.










도쿄에서 사온 포션커피로 오피스 모닝커피 생활 중. 5월에 반드시 후쿠오카 혼여를 해보겠다며 야심차게 호텔 예약을 하고 정신수련을 하던 4월. 혼자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매일 상상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며 예약취소 여부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엊그제 취소해버림.










집사람의 생일을 깜빡한 미안함에 편지를 쓰고,









생일축하용이라며 아티제에서 딸기롤케이크를 샀다. 하루하루가 며칠인지도 모르고 보낼 정도로 얼이 빠진 나날이었다. 사실 집사람도 2년 전에 내 생일 깜빡한 적 있으니까 똔똔이 된 걸로.










회의자료 자꾸 깜빡하고 안 만드는 중... 달력이 없어 날짜감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정신승리를 하던 중 사무실 구석에서 달력을 찾아내 말년병장처럼 흐르는 날짜를 지우고 있다. 날짜를 지우는 건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하며 매일 출근하자마자 하던 일이었다.









퇴근하고 깽구랑 양갈비를 먹으면서 많은 얘기를 했고, 정말 바른 사고를 가진 남자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언제나 미안하고 고마운 게 너무 많다. 생일 까먹은 걸 비롯해서 말이다.










벚꽃 사이로 빛나는 달. 집앞에 한적하게 핀 밤벚꽃이 사람들로 북적이던 나카메구로의 요자쿠라보다 더 예뻐보여, 벚꽃 명소라고 다 좋은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벚꽃 끝물이었던 주말에는 깽구랑 산책을 하며 팔랑팔랑 흩날리는 벚꽃비를 맞았다.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도 벚꽃은 아무 향기가 없네, 생각하면서 벚꽃의 인기 요인에 대해 분석(?)하다가 다다른 길의 끝에는 귀여운 하트 모양의 그래피티가 그려져있었다.











한노스케에서 아스파라거스 튀김을 맛보고는 사랑에 빠져서 주말엔 각종 튀김을 튀기고, 치즈오믈렛과 토마토 소스도 만들어봤다. 분노의 고등어 무조림 사건은 내 마음 속에 저장...











출근러가 되고나서 오랜만에 먹는 아사팡을 도쿄에서 사온 잼 3종 세트와 함께. 평소에 잘 접하지 못한 특이한 잼을 사고 싶었던 게 이번 여행의 버킷이었는데, 집에 와서 맛보니까 너무나도 만족쓰.











도쿄 최애 카페에서의 모닝세트를 재현하고 싶어 만들어본 프렌치토스트와 칼피스 플로트. 레몬케이크까지 있으면 갓벽했겠지만 레몬아이싱이라도 만들어 프렌치토스트에 뿌려봤는데 꽤 괜찮아서 종종 이렇게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피치&구아바 잼까지 발라서 베이컨이랑 단짠으로 먹으니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넉낌.











도쿄 최애 카페 모닝세트 2탄은 체다치즈토스트와 딸기크림 플로트. 그곳에서의 느낌은 절대 재현될 수가 없다는 걸 느끼며 다시 도쿄로 가고 싶은 기분.










(눌러야 보이는 GIF) 요즘에는 멋진 오브제를 찾아헤매는 병에 걸려있는데 이것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버려 다른 디자인으로 바로 하나 더 사버렸다. 행복은 돈으로 만드는 건가. 계속 흔들어보며 행복해하는 중.












봄맞이용으로 산 데코 튤립은 너무나도 예쁘게 갬성포장쓰. 회끼도는 톤다운된 컬러를 좋아하지만 왠지 이런 쨍한 색감이 끌려서 사봤는데 넘나 마음에 드는 봄맞이 소품이 되었다 = 4월 날씨 아직도 겨울.












4월의 마지막 주말까지도 가시지 않은 추위를 느끼며 연남-연희 나들이. 칼 들고 나온다던 일행의 손엔 다행히 무기가 없었다. 귀염뽀짝한 카페스콘에서의 초콜릿 무스.












예쁜 일러스트와 글귀가 있는 전시회도 구경했다. 전시회 제목처럼 생각을 헤매듯이 그림 사이를 빙글빙글.










연남동 구석구석을 산책하고 연트럴파크 벤치에 앉아 광합성하다가,










점심으로 로제파스타랑 토마토 오므라이스 먹는데 왜 때문에 매워. 떡볶이도 매워서 못 먹는구만. 로제에서는 고추장 매운맛나고, 토마토소스에서는 캡사이신 매운맛나서 크림 시킬 걸 후회하며 물을 엄청 드링킹했다.










걷다보니 나타난 동진시장에서 쇼핑도 했다. 옛날엔 정말 많이 갔었는데 8년만인데도 그대로인 느낌에 반가웠던 곳.













좋아하는 서점 유어마인드에 히마 그림책이 있어서 신기방기쓰. 천천히 책구경도 하고, 여유롭고 차분한 독서가들 속에서 느낀 안락한 분위기도 좋았다. 마음에 드는 일본어 미니 그림책 한 권을 샀다, 큐슈 여행기가 그림과 함께 쓰여진.











4월의 마지막날, 새로 발견한 빵집에서 사온 버터프레즐을 먹으면서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신난 기분(5월부터 다이어트해야 되니까 오늘 다 먹어버려야 됨). 오래 아프면서 경단녀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직에도 성공했고, 스트레스 받던 업무에도 서서히 적응 중이고, 텃세 탈출해서 직원들도 잘 챙겨주는 요즘. 이대로만 회사 생활이 무난하게 흘러갔으면. 그냥 이대로만.



2019/04/15 12:41

[2019 TOKYO] 최종목적은 プリン 2019 TOKYO





이틀 전의 카페가 너무 좋아서 마지막날 일행과 함께 또 와버렸다. 주인이 이따금씩 테이블 위치를 바꾼다고 했는데 이틀 전과는 테이블 위치가 또 달라져있어서 재미있었다. 이번에 앉은 곳은 제일 안쪽 구석자리. 아침 햇살이 테이블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는 이른 시간이었다. 마침 전날 다녀온 '시모키타자와에 대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서재에 있어 자리로 가져왔다. 왜 나는 그곳에서 복숭아봉봉밖에 사지 못했을까, 다음에 간다면 용기 있게 이 가게 저 가게를 들어가보며 시모키타자와스러운 것을 득템해야겠다 생각했다.












체다치즈토스트에 곁들여나온 메이플시럽과 딸기잼을 보면서 이게 맞는 조합인가 생각했지만, 이틀 전처럼 또 그릇까지 싹싹 긁어먹고 행복한 기분이 됐다.












두 번밖에 안 왔지만 이 카페가 너무 너무 좋아져버렸다. 무음카메라로 사진 백 장 찍게 만드는 비쥬얼. 음료는 밀감 플로트, 이런 쥬스로 된 플로트 음료 파는 곳 처음 봤어. 디저트는 계절한정으로 나온 쟈스민크림이 올라간 사쿠라 치즈케이크를 시켰고, 이것도 역시 특이하게 단짠이었다. 여기 디저트를 종류별로 다 먹어보고 싶은데 마지막날이라는 게 아쉬웠다.









도쿄에서 사랑하게 된 카페와 작별의 시간. 아날로그 감성 뿜뿜인 手と手 우유통마저도 너무 좋았어. 안녕. 나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해줘서 고마웠어. 다음에 도쿄에 가면 아마도 매일 가고 싶을 테니 그때까지 없어지지 말아줬으면 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마침 오에도 앤티크 마켓이 열리는 날이라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정말 '심봤다'스러운 것을 득템하고 싶어서.












그릇보다도 이런 문구류들에 더 관심이 가지만 왠지 사갔다가는 귀신 붙을 것 같은 느낌. 서프라이즈를 너무 많이 봤나봐. 앤티크마켓의 심마니 되기는 실패.










다시 호텔에로 돌아와 좀 쉬다가 시간 맞춰 체크아웃한 후, 이노카시라 공원에 벚꽃을 보러 가는 걸로 마무리하기로.









환승역인 시부야에서는 스크램블 교차로의 인파도 구경했고, 하치코 동상을 굳이 보고 가겠다며 역밖으로 나와 많은 인파에 섞여 멀찌감치 바라보고는 만족하며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마지막날이니 백화점에 꼭 들러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갈아타러 가는 곳에서 발견하고는 비비안웨스트우드 스타킹을 색깔별로 샀다.









이노카시라선 기차는 어느 지점에 도달하니 창밖에 벚꽃이 가득차오르면서 온통 분홍빛이 됐고, 기분이 그야말로 황홀해졌다. 기차 안팎으로 벚꽃 감성 오져버렸다.











오리배가 둥둥 떠있는 -아직은 추운- 봄날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아직도 벚꽃이 만발해있었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피크닉 매트를 가져올 걸 후회했다.










예전부터 컵홀더 디자인에 반해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블루스카이는 사쿠라스탠드로 변신. 일행은 여기서 크림라떼를 샀고, 나는 이노카에서 민트초코를 마시려고 했는데 품절로 실패.










길을 걸으며 자판기에서 신기한 음료 찾기 놀이도 했다. 선택한 건 콘포타쥬와 와구리 몽블랑.










일요일 한낮의 키치죠지에서 웨이팅할 자신이 없어 공원에서 파는 야키소바를 사먹을까 하다가 웨이팅이 적을만한 곳으로 가서 제대로 점심을 먹자 싶었고, 사전조사했던 곳 중 웨이팅이 덜할 만한 곳을 갔더니 운 좋게 웨이팅 없이 맛있는 로스트비프동을 먹었다. 이건 다 여행 첫날 차은우를 영접한 은총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보ㄴ,,,,,,,,, 기승전 차은우. 계란노른자도 차은우 머릿결처럼 반짝반짝거ㄹ.......... 그만 해야지.









또 펫샵에서 정신을 잃고 아기 고양이 구경. 하휴 다들 졸린가봐 귀여워.










문구점에 들러 귀여운 딸기 편지봉투를 샀고,










동그란 브라우니 사러 왔는데 라즈베리는 벌써 품절. 안이 정말 촉촉한 게 처음 먹어보는 브라우니 맛이었다. 이것도 100개 사와서 냉동시켜먹어야 했을 맛.










키치죠지의 상점가를 구경하면서 오에도 앤티크마켓은 굳이 안 갔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나 지금 연희동인가 싶었던 키치죠지의 주택가. 다리에 불을 뿜으면서도 머릿속은 푸딩 생각으로 복잡했다. 도쿄에 오기 전 여행 계획을 짜면서 '도쿄에서 푸딩을 하루에 몇 번씩 먹겠네, 이번 여행은 푸딩 여행인가' 생각할 정도였는데, 몸이 아파 계획을 줄이고 줄이다보니 정작 푸딩을 1도 못 먹어버린 것이었다. 호텔로 짐 찾으러 돌아가기 전 기어코 푸딩 하나는 먹고 돌아가야겠다며, 시모키타자와를 갈까 코엔지를 갈까 고민하다가 비교적 호텔과 거리가 만만한 시부야에 가기로!









시부야로 가는 만원기차. 기차 밖으로 보이는 보라색 꽃이 너무 예뻤다. 마지막 도쿄의 풍경에 집중하면서 가고 싶은데 시선은 자꾸 일행쪽으로 갔다. 핸드폰을 보며 춤을 추는 멕시코인과, 그 옆에 무표정하고 심드렁하게 서있는 일행이 너무 웃겨가지고 뿜어져나오는 웃음을 콧구녕 틀어막고 참으려니 눈물이 다 났다. 나중에 일행이 말하길 멕시코인이 보던 게 걸그룹 동영상이었다고 했다. 왜 그렇게 손동작이 새침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다리 아파서 택시타고 푸딩 먹으러 니시야에 도착.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생각보다 웨이팅이 길지 않아 다행이었다. 푸딩과 비체린을 시키니 친절한 점원이 푸딩이랑 비체린이 다 크림이라 배아플 수 있대서, 대신 추천해준 라떼를 시켰다. 라떼를 몇 모금 마시다가 '앗, 나 이따 비행기 타는데'하면서 놀라서 입을 뗐다. 생각없이 왜 커피를 시켰지하는 자책감은 나중에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더욱 커졌다. 작년 도쿄에서 돌아올 때 비행기에서 공황을 1도 겪지 않았던 것만 생각하고 안심하려고 했던 게 문제였다.










일행이 호텔에 가기 전 소우소우를 들르겠다고 했다. 전날 일행 것도 사다주었는데 왜 또 가나 싶으면서도 가마쿠라를 같이 가지 못했던 미안함에 같이 따라갔는데, 알고보니 내가 전날 품절로 사지 못했다고 한 양말이 혹시나 있지 않을까 해서 온 거라고. 역시나 없었지만 그 마음에 내심 감동했다. 소득 없이 소우소우를 나왔고, 호텔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싶었지만 일행이 타자고 한 88번 버스를 탔다. 01번 버스보다 호텔에서 더 먼 곳에 내리는 바람에 면박을 주니까 가여운 표정을 지으며 눈치를 보는 게 불쌍했다.











호텔에서 짐을 찾은 후 모노레일이 아닌 아사쿠사선을 타고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사고 싶었던 로이스 감자칩을 잔뜩 사고 면세점을 빙 둘러보고오니 어느새 탑승시간이었다. 비행기는 꽤 먼 활주로를 배정 받았는지 이륙장 지표면을 꽤 오래 선회했고, 나는 니시야에서 마신 라떼의 카페인이 제발 내 신경을 건들지 않길, 빨리 곧 이륙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와주길 기도하고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이륙을 했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싶게 공황이 깊게 오려고 하고 있었다. 싯벨트 사진이 꺼지지도 않았지만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들어가있다가 나왔고, 출국할 때 마시지 않고 아껴놨던 우황청심원을 조금 마시고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혼란했던 머리가 조금씩 차분해지면서 불안감이 가라앉았다. 









이것 덕분이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우황청심원에게 너무 너무 고마웠다. 비행 중 이따금씩 심한 터뷸런스가 찾아왔지만 마음은 평온했고, 오히려 겁에 질린 일행을 다독여줄 정도로 많이 괜찮아졌다.










기내식으로 나온 고기찜은 내 입엔 너무 매워서 밥이랑 샐러드의 햄을 반찬 삼아 허기만 달랬다. 빵과 버터, 매실젤리가 나오면 항상 집에 가져가서 먹고 잠드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덜컹덜컹 난기류와 함께 착륙을 준비하며 하강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나는 공포감보다 창밖 풍경에 집중했다. 외국인들이 서울하늘에 가까워졌을 때 이렇게 반짝이는 거리를 하늘에서 바라보며 얼마나 설레할지 생각하니, 새삼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밤에 바라본 도시의 반짝임은 정말 예뻤다.
수화물로 맡긴 캐리어는 긴시간 애를 태운 끝에 찾을 수 있었고, 택시기사가 덤탱이를 씌우는데도 그저 집에 빨리 가고 싶어 OK한 후 광란의 질주 끝에 자정도 안 된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히치하이커를 읽다가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 이번 여행에서의 내 마음을 읽어낸 듯한 글귀였다. 데이터로밍의 문제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뱅뱅 돌며 다리 아파하거나, 촘촘히 짜놓은 여행계획은 몸이 아파 전면 취소해야 했었고,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나를 항상 긴장하게 만드는 공황장애는 여행을 마냥 설레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여행을 돌이켜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시간들도 내가 그리워하는 시간들의 단편임을 생각한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건 컴퓨터에만 저장했던 사진들이 다 날라가버린 후로 기록을 남겨놓기 위해서였다. 비교적 이용자가 적은 듯한 이 사이트를 골라 비행공포증, 폐소공포증 정도로만 언급하며 여행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혹시라도 공황장애로 비행이 어려운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공감해준다면 나도 그들도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도쿄행 비행기 안에서는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지금 나는 우선 호텔을 예매해놓고는 또 다시 여행을 갈 수 있는 용기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2019/04/12 16:28

[2019 TOKYO] 바게트의 날 2019 TOKYO






이번 여행을 통틀어 제일 기대했던 바게트집. 아침부터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타며 먼길을 왔고, 귀여운 바게트 간판을 영접하고는 너무 귀여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관광지도 아닌 외딴 마을 한구석에 오픈 전부터 어마어마하게 늘어선 줄에 깜짝 놀라며 대열에 합류. 아빠와 지나가던 꼬마아이가 바게트 먹고 싶다니까 다음에 와서 먹자고 달래는 걸 보면서, 넌 다음에 와서 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장이 협소해 한 팀씩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작년 겨울 폐점을 앞뒀던 기념일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대부분 포장을 해갔지만 세트메뉴에 나오는 수프가 먹고 싶어서 매장에서 먹고 가는 걸로. 생햄 치즈 바게트를 시키고 커피 대신 사과쥬스로, 야채수프는 마치 건강한 아기 이유식처럼 야채가 듬뿍이었다. 美味 미친맛. 소금집델리보다 100배 맛있어. 입천장이 까스러지게 바삭한 겉면과 속은 너무나도 촉촉한 바게트 맛에 반해, 품절되기 전에 몇 가지 빵을 추가로 포장해달라고 했다. 이 동네 주민들이 너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이 외딴 마을을 떠나기 위해 일단 역으로 가는 귀여운 게이오 미니버스에 탑승. 옆 자리에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이 앉아서 좀 무서웠다.










이노카시라선 게이오 열차의 컬러풀함에 반해버렸다. 오렌지 연보라 핑크 소라 레인보우, 색색깔의 열차들을 만났다.











시모키타자와에 도착하자마자 파스타를 먹으러 왔다. 제철 야채를 이용해서 그때그때 메뉴가 달라지는 곳인데 봄 양배추와 죽순 명란파스타를 주문하고 세트 음료메뉴는 쟈스민티로. 향긋한 쟈스민티와 봄 양배추. 멋진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매장의 양 벽면에는 레코드들이 장르별로 구분되어 놓여있어서 레코드를 구경하는 재미도, 주인의 선곡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다.











이번 도쿄여행 계획을 짜면서 아쉬웠던 것은 여행일을 앞두고 내가 가고 싶어하던 곳들의 폐업이었다. 무려 두 군데나 3월에 폐업을 해버렸고 두 군데는 4월에 영업을 쉰다고 공지했다. 그래도 이런 곳들은 여행 전 미리 알아서 다행이었지만, 시모키타자와에서 크림소다를 먹으러 가려고 했던 곳은 그곳에 도착해서야 3월 말에 영업이 종료됐다는 걸 알았다. 차선책으로 찾아둔 곳에서 크림소다를 먹은 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인생엔 항상 플랜B가 필요하다.










일행의 크림소다까지 미리 계산하고 나와서 펫샵 구경.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고양이와, 그저 순하고 귀엽기만 한 아기 강아지를 구경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시모키타자와의 빌리지뱅가드는 분명 보물창고일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계산대에 물건을 놓고보니 복숭아 봉봉 한 캔밖에 없어 이렇게 산 게 없나 싶어 내심 놀랐다. 여행온 한국인이 자국 제품을 일본에서 사가다니 나도 어이가 없어. 사고 싶은 책도 많았지만 역시나 안 읽게 될 것들로 짐을 만들지 말자며 포기.











깽구에게 재미로 사다주고 싶었던 처키 티셔츠. 싫대서 안 샀는데 그냥 사갈 걸 후회했고 깽구도 나중이 돼서야 아쉬워했다.










입생로랑 아우터도 사주고 싶었는데 깽구는 이제 M사이즈 입으면 낀대서 못 사줬다. 시모키타자와에 가면 내 양손이 무거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벼울 수가(feat 복숭아 봉봉).











베어폰드 라떼를 마무리로 시모키타자와 나들이 끝. 일행과 여기서 빠이빠이하고 각자 여행을 하기로. 미어터지는 만원전철을 타고 시부야에서 내려 오모테산도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케이티 미친놈이 또 데이터 발작을 일으켜 20분동안 뱅뱅 헤매다 빡쳐서 택시를 탔다. 하지만 그 덕분에 기사 할아버지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오히려 더 좋은 경험을 했다. 일본에서 몇 년 살았냐고 물어보길래 한국에서 여행하러 왔다고 했더니 강원도 산불 걱정도 해주고 내릴 때가 되니 갑자기 한국말로 인사를 해서 기분이 좋았다. 죵마르 가음사하움미다. 앙뇽히 그아세여. 깜짝 놀라고 기쁜 마음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파머스마켓에서 작년에 산 드립백을 또 살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갔는데 음슴. 그래도 구경만으로 재밌으니까.









안쪽에서 열리는 빈티지 마켓도 구경했는데 또 살 게 음슴. 그래도 재밌으니까2222222.










토라야에 들러 앙 페이스트를 샀고, 걷다보니 이이호시 유미코가 보여 들어가봤다. 디저트 컵이 너무 사고 싶어서 계속 알짱대며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심하게 얇은 탓에 다 깨질 것 같아 포기.










여기 저기 핀 벚꽃을 따라 걸으며 작년에 휴무라 발길을 돌린 독립서점에 도착했는디. 별로 볼 거 없던디.











미친 듯이 먹고 싶었던 딸기 앙버터를 사러 왔는데 품절이라 초코렛 바게트만 사서 나왔다. 아침부터 바게트로 시작해서 오후에도 바게트를 또 사는, 바게트의 날.









둘쨋날 아파서 못 돌아다닌 아쉬움이 있었기에 호텔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하라주쿠로 향했다. 역시나 많은 인파에 휩싸여 그들이 가는 대로 휩쓸려 걸었고, 그 와중에 미친 케이티 데이터 불량에 더 빡이 쳤다. 버스 타고 가고 싶었는데 데이터가 안 되니 계속 걷기만 했고, 다리에선 불이 났다.










너어무 다리가 아파가지고 커피를 마시면서 좀 쉬자 싶어서 띵크오브띵스로. 딸기 앙버터의 아쉬움을 달랬던 크림치즈 앙버터. 이렇게 테라스에서 선선한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좋았다.










다리가 아픈 내 심정 같이 보였던 TOT.











여기도 가고 싶었던 독립서점인디. 볼 거 없던디2222222222.









케이티 데이터 불량 때문에 또 개고생하던 중 하치코 버스를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말 다리에서 불이 나는 지경이라서 걍 또 택시를 탔고, 역시나 호텔 들어가기 아쉬워서 다시 아오야마에 내려달라고 해서 잡화점들을 구경했다.









아니 이렇게 멋진 강아지가. 멋지게 휘날리는 털이 펫크러쉬 쩌는데.










마트에서 장도 봤는데 어째 내 건 거의 없고 일행에게 주고 싶은 것들만 샀어. 불타는 다리가 터져버리지 않도록 마트 앞 테이블에 앉아서 또 휴식.









20대 초반, 내 소녀 감성을 자극했던 츠모리 치사토 매장이 멋져서 찰칵.









혀를 낼롱거리며 걷던 귀여운 강아지. 일본에선 장모치와와 견종이 유행인지 이번 여행에서 유난히 많이 보였다.









소우소우에 안 가려고 했는데 굳이 온 이유는... 이날 쇼핑한 게 너무 없는 게 억울해서였다. 타비양말 몇 족과 귀여운 가방을 하나 사서 오늘의 쇼핑 할당량을 채웠음에 만족.










버스를 타러 가던 길에 들른 잡화점에서는 어느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헉소리나는 가격의 레트로 문구들도 가득했다. おかし를 좋아하는 가게 주인과 어떤 아줌마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여행오면 호텔 앞 펫샵을 많이 구경하고 싶었는데 매일 너무 힘들어서 패스하다가 이날 처음으로 들렀다. 손바닥만한 아기 시바, 너무 귀여워서 미쳐버리는 줄. 점원이 케이지 문 열고 강아지랑 잼잼놀이하는 모습에 심장폭격을 제대로 당했다.










호텔에 도착해 나 홀로 여행에서 산 것들을 정리한 후에 카네코 한노스케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웬만하면 안 걷고 싶어서 버스 타고 가는 중. 소우소우에서 산 가방 바로 개시해버렸는데 너무 흔하게들 사는 인싸템이라 안 사려고 했지만 역시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후쿠오카에서 구입 실패하고 한국 오자마자 구매대행으로 바로 사버린 코인캐쳐. 장장 5개월을 묵혀두다가 도쿄에서 개시했는데 계산할 때마다 얼마나 편한지 몰라.












존맛탱탱구리. 나의 튀김 1픽은 아스파라거스였다.









조금도 걸을 수 없는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롯폰기힐즈를 구경했고,









미드타운 가는 길에 귀엽고 순둥순둥한 강아지도 쓰담쓰담해보고,











폴스미스에 깽구에게 줄 선물이 없나 구경하러 갔다가 예쁜 티셔츠도 발견. 점원이 개그맨처럼 너무 웃겨가지고 잠시 오사카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까 안달난 사람 같이 재밌다고 말하니까 너무 기쁘다며 더더더 재밌는 액션을 해줬다. 이런 유쾌한 사람이랑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드타운에서 벚꽃길 구경하고 커다란 모에샹동 조형물도 감상했다. 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벚꽃도로가 그림 같이 예뻤다.












미드타운 지하에서 디저트와 마트 쇼핑으로 롯폰기 저녁 외출 마무리.










아침에 바게트집에서 산 콘프랑스와 앙프랑스, 초코프랑스빵을 먹었는데 이집 빵 미쳤네 미쳤어 하면서 먹었다. 콘프랑스 젼내 많이 사갖고 돌아가서 냉동해놓고 두고 두고 먹고 싶었다.










반면 리틀베이커리에서 산 초코 바게트는... 아침에 너무 훌륭한 바게트를 맛봐서 그런지 여기 바게트는 별로라고 느껴졌고, 심지어 초콜렛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허쉬초콜렛. "허쉬초콜렛 냄새도 너무 싫고, 초콜렛 입자도 정말 싫어"하면서 빵집에서 찍은 사진 보니까 너무나도 "허쉬 초콜렛 바게트"라고 쓰여있는 것이었다. 예... 저 까막눈...









여행 마지막 밤에는 이번 도쿄여행 처음으로 티비를 봤다.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써클렌즈가 눈알을 탈피해 눈꺼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도 4분 넘게 눈을 깜빡이지 않는 독한 여자가 나왔다. 뭘 했다고 마지막 밤이지, 아쉬운 마음에 일부러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2019/04/11 09:08

[2019 TOKYO] 東京カフェ巡り 2019 TOKYO




오전은 나홀로 여행의 시간. 아침부터 전철을 타고 굳이 종착역까지 간 건 도쿄에서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카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더 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에서 내려 이런 좁은 골목길 구석구석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곳이란 것도 좋았고, 여기저기 자판기가 많아 음료수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이렇게 낡은 목조 주택이 카페라는 것도 참 마음에 들어. 벽면에 자라고 있는 탱글탱글한 감색 열매도 정말 귀여워.









카페 한켠에 진열된 옷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특이한 디자인의 블라우스를 충동적으로 계산하고 2층으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여행 3일차만에 도쿄에서 한 첫 쇼핑이었다. 주문한 프렌치토스트가 만들어지기까지 꽤 긴 시간을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커피콩을 솩솩 솎는 듯한 소리, 타닥타닥 볶는 소리-이때 났던 죠리퐁 같은 냄새-, 원두가 드글드글 갈리는 소리-좀 더 짙어진 커피 냄새-, 1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는 시간도 좋았다. 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어져 서재에 있는 책도 꺼내읽으며 조금씩 정서가 불안해져갈 때쯤 프렌치토스트가 나왔다.











드디어 나온 프렌치토스트. 베이컨이랑 시나몬크림, 메이플시럽이 곁들여나왔고, 계란물에 푹 젖은 빵은 퐁신퐁신. 모닝세트의 커피는 진하게 내린 걸로 나온대서 부탁한 밀크팟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리에티의 주전자 같이 조그마해서 인형놀이하는 느낌이었다.










유리창에 비치는 내 테이블을 괜히 찰칵.










후식으로 먹은 빅토리아풍 레몬크림케이크. 유리병에 든 레몬아이싱은 정신이 바짝 들 정도의 신맛이었고 그래서 더 크림이랑 잘 어우러졌다. 너무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고 행복한 기분으로 카페를 나왔다.










닛포리로 이동해 가고 싶었던 귀여운 빵집에서 깜찍한 빵을 샀다.











갖가지 꽃들로 집 앞이 꽃밭. 나이 먹은 사람처럼 꽃사진만 찍는다는 말도 못할 정도로 이젠 나도 중늙은이.










그냥 지나치려다가 치히로랑 하쿠가 새벽에 달리던 꽃밭이 생각나는 나무를 보고 굳이 들어가본 골목길. 만화속 장면이 다시 그려지면서 마냥 좋았다.










조그마한 놀이터에 핀 벚꽃도 예뻐서 괜히 기웃거리고









길을 걷다가 석공소를 보고선 최근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떠올렸다. 일본어 원서인데, 읽어볼까 하고 책장을 폈다가 몇 장 읽고 관두고, 또 읽어볼까 해서 다시 첫장부터 읽다가 관둬 주인공의 아버지가 석공이었다는 앞부분만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있는 책이다.












귀여운 것들에 시선을 멈추고 걸음이 가는 대로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계획에도 없던 야나카긴자를 걷고 있었다. 앙증맞은 이빨까지 디테일한 고양이 조각상. 야나카긴자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도 못 본 건 좀 아쉬웠지만 빠이빠이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










아사쿠사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이때부터 컨디션은 다시 난조로. 마스크도 없이 입도 안 가리고 폐병 환자처럼 기침을 하는 사람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기침매너는 똑같네 뭐.










버스 안에서도 꽃구경을 했다. 어쩜 이렇게 색이 고울까.









아사쿠사에 도착해서 힘들게, 천천히 걸었다. 가고 싶은 킷사는 임시휴무였다.









"야옹아, 왜 뒷발 올리고 있어?"라고 물어보면 "귀여워보여서 예쁨 받으려고"라고 대답할 것 같았다. 하 너무 귀여워.











일본은 촌스러운데도 귀엽고 갬성 터지는 거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원래 여기서 건포도가 듬뿍 들어있는 식빵을 사려고 했는데, 곧 레몬케이크도 살 것이고 오전엔 닛포리에서 깜찍한 빵도 샀기 때문에 패스했다.











외관도 상큼하게 터져버리는 레몬파이 양과자점 도착. 레몬케이크랑 초콜렛케이크를 일행이랑 같이 먹기 위해서 포장했다.










어딜 가든 내 눈엔 꽃만 보이나봐. 예쁜 꽃도 구경하고, 벚꽃잎이 살랑살랑 떨어지는 나무 아래서 꽃잎 잡기 놀이를 했다.











귀여운 어린이집, 귀여운 버스,








귀여운데 도도하고 당당하게 워킹 중인 강아지 궁둥이. 귀여운 것들 구경하면서 쿠라마에의 문구점으로 이동.










나츠코의 손편지. ようやく、春らしい気候になってきましたね로 바꿔서 읽어야 될 것 같지만 4월인 지금도 봄은 먼 것 같고, 이러다 갑자기 여름이 와버릴 것만 같아.










연보라색 펜을 한 자루 사고 너무 힘들어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쿠라마에 산보는 이걸로 끝내고 밥이나 먹으러 가기로 했다.









뭐야 이 힙한 달마시안은. 클럽에서 디제잉할 것처럼 생겼어.










전봇대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면 되는데, 굳이 왼쪽으로 낑낑대며 짧은 목줄 때문에 물 마시러 못가던 댕댕이.









저 멀리 보이는 아사히 맥주거품. 정말 황금똥 같아.











지도에선 강을 건너는 걸로 나와 기대하며 도착한 다리는 공사 중. 풍경이 좀 거시기하다 생각했는데, 강에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지나가는 네모난 유람선에 여행 온 기분이 좀 나는구만.










런치메뉴는 크로크마담을 제외하고는 솔드아웃이라고 해서, 먹겠다는 의미로 大丈夫라고 했는데 추가로 시킨 계절 파르페와 아오모리산 사과쥬스만 나왔다. 안 먹겠다는 의미로 들렸나보다 싶어 얘기할까 하다가 아침부터 계속 빵만 먹었으니 돌아가는 길에 오니기리로 쌀알 섭취나 하자 하며 아닥했다. 배고파서 좀 신경질나긴 했는데 파르페 밑에 깔린 머랭과 그래놀라가 너무 맛있어서 따로 사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미드타운 지하에서 사온 연어 오니기리를 호텔에서 게눈 감추듯 순삭하고,












침대에 누워 일행을 기다리며 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작년에는 반대방향의 방을 배정 받아서 침대에 누우면 도쿄타워가 안 보였는데, 이번에는 침대에 누워도 도쿄타워가 보여서 좋았다.









혼여를 마친 일행이 돌아왔고, 자다 일어나 마사지체어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찍어줬다. 다른 사람들 찍은 사진 보면 테이블에 멋드러지게 올라앉아서 도쿄타워랑 같이 간지나게 찍던데 왜 난 웃긴 사진만 찍어주지.









오전에 혼여를 하며 수확한 것들. 카키모리의 연보라색 펜과 카페에서 산 핑크색 블라우스의 색감이 너무 잘 어울린다. 짝짝짝.










푸욱 쉬다가 저녁엔 일행과 함께 니시오기쿠보에. 상점가에 매달린 코끼리의 눈망울이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게 깽구 닮았다.









여기도 너무 오고 싶던 카페였다. 물컵은 랜덤이었는데 우리 테이블에 준 건 교토의 소와레 카페 유리잔. 여기 컵 사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너무 기뻐.










일행은 석류 크림소다를 시켰고,










나는 홋또 윈나 코코아를 시켰는데 이걸 시킨 건 순전히 저 갬성 터지는 머그잔 때문이다. 지금까지 먹었던 코코아랑은 완전히 다른 쓰고 진한 맛이 나름대로 좋아서, 굳이 함께 내준 설탕을 뿌리진 않았다.











문구점도 갔다가 잡화점도 가고, 여행서적 전문 서점도 가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알이 팽팽해진 다리 근육도 번쩍번쩍. ぼくはパン이라는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본에서 사와서 한번만 읽고 내던져둔 책이 많아 관뒀다.









저녁은 곧 폐점을 앞둔 카페에서 수프와 킷슈를 먹을까 했는데, 너무 밀가루로 채워진 날이라 제대로 된 가정식을 먹어야겠다 싶어 현미채식 음식점에 왔다. 나는 야채찜 정식, 일행은 슈마이가 나오는 히가와리 정식을 시켰는데 맛도 있고 건강한 한 끼를 먹은 것 같아 여길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뜨끈한 음식을 먹고 몸속까지 따뜻해졌다. 돌풍이 엄청나게 부는, 무지무지 추운 저녁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역의 입구를 찾아 뱅뱅 돌면서 몇 년 전 스카이트리에서의 저녁이 생각났고, 힘들게 역을 찾아 호텔로 조속히 복귀했다.










니시오기쿠보의 문구점에서 산 메모지.










일행이 오전에 혼여를 하며 사온 로드리 크레페 과자, 이거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다.










자기 전에 아사쿠사에서 사온 레몬파이와 초코케이크를 먹었고,










도쿄타워를 보는 걸로 하루의 마무리를 했다. 호텔방이 너무 건조해 수건을 물에 적셔 옷걸이에 걸어두려하니 일행이 로비에서 가습기를 봤다며 갖고와서 환호하며 통을 씻는데...... 아씨 속이 안 좋네. 물때가 콸콸콸 나와서 급하게 갖다놓고 물에 젖은 수건에 만족하기로. 그러고보니 도쿄타워로 마무리한 게 아니라 가습 대소동으로 마무리구나.



2019/04/10 11:08

[2019 TOKYO] 쉬어가는 시간 2019 TOKYO





잠을 설치며 가마쿠라를 갈까 말까 고민하던 새벽이었지만, 날이 밝아오니 기대하던 것들을 놓기가 싫어 이른 아침 일정 하나만 빼고는 다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카스피해 요구르트를 컵에 덜어먹은 후 몸살인지 감기인지 모를 컨디션 난조에 일단 감기약을 털어넣고 출발.










호텔 근처 블루보틀에서 랩핑백을 산 후 일행과 헤어져 나만의 일정을 즐기러 노기자카에서 전철을 탔는데,









하필이면 회송 열차여서 메이지진구마에에서 내려 다음 기차를 기다렸다. 빵과 커피를 사서 요요기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피크닉을 하는 게 이날 아침의 계획이었고, 이후 일행과 만나 가마쿠라에 가는 게 점심의 계획이었지만 회송 열차는 나중에 돌이켜보니 이후의 일을 암시하는 복선 같이 느껴졌달까.









365日에 빵 사먹으러 가는 길. 벚꽃이 예쁜 형태를 유지한 채로 떨어져있는 것을 주워서 손에 소중히 품고 다녔다. 이번에도 미친 KT 데이터로밍을 해갔는데 역시나 서비스 안됨이 계속해서 뜨면서 인터넷이 안 되거나 현재 위치를 잘못 표시해서 길을 뱅뱅 헤매게 만들었다. 몸도 아픈데 매번 이 지랄이야. 아이폰 초창기 때 KT밖에 취급이 안 돼서 울며 겨자먹기로 옮긴 후 귀찮아서 계속 쓰고 있는데 해지할 때가 온 것이다.









뱅뱅 돌다 도착한 빵집. 크로캉 소쿌라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다른 빵을 먹어보자 싶어서










레몬밀크프랑스와 버터롤을 골랐다.









커피 사러 가는 골목길에서 만난 아이들이 그린 그림. 색채 감각이 대단한데?










마지막 헤이세이. 창가엔 귀여운 히마 스티커가.









민트라떼와 딸기라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딸기라떼로 결정. 플라스틱 컵에도 히마 스티커가 붙어있어 다 마신 후 곱게 떼어 보조배터리에 붙였다.











요요기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다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냥 호텔 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담벽 너머가 바로 요요기인데 이렇게 포기하기 아까워 계속 걸었고, 도착하니 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에서 너도나도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호수가의 벤치를 발견하고는 자리를 잡은 후 빵을 당당하게 꺼내먹고 싶었는데... 까마귀 두 마리가 바로 옆에서 경비를 서고 있어서 꺼내는 순간 100% 까마귀 밥인 상태로 대치. 종이에 싸인 빵을 까마귀 눈치를 봐가며 몰래 몰래 먹어봤는데 빵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어서 관뒀다.









피크닉은 포기하고 예쁜 경치 감상하면서 독서나 하려고 책을 꺼냈는데 그래도 알짱대는 까마귀가 신경쓰여서 독서를 하는 건지 글자 해독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독서도 그만 뒀다. 봉투에 빵 들어있는 건 알아가지고. 똑똑한 새키. 까마귀와 여전히 대치 중인 상태로 피크닉과 독서를 포기하고 풍경만 감상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벚꽃잎이 살랑살랑 떨어져 단추가 됐다. 옷은 얇고 날은 춥고 몸은 안 좋고. 호텔에 빨리 들어가고 싶었는데 사진이라도 남기자 싶어 벚꽃나무 아래서 셀카를 잠깐 찍고 역으로 돌아갔다. 노기자카역(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내려 호텔로 가는데, 거리가 낯선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니 아카사카역. 분명히 다음역에서 내려야지 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내린 건데, 잠시 정신을 잃었었나 싶을 정도로 노기자카에 다다른 전후의 순간이 아예 블랙아웃이었다. 다시 노기자카로 가는 전철을 기다리며 나 자신한테 화가 난 상태로 까마귀 때문에 못 먹었던 버터롤을 먹었는데 짜증나게 왜 이렇게 맛있어.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나를 향해 있던 성난 화살은 회사를 향해 돌아갔고, 도쿄에서 돌아가면 회사를 그만 둬버리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아픈 상태로 온 건 다 회사 때문이야, 이 회사랑 나랑은 안 맞나봐,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철을 기다렸다. 다시 노기자카에서 내릴 때 들리는 "노기zㅏ카 씨퐈이브(C5)"라는 안내방송이 "노기자카 C8"로만 들렸다.









몸살기가 더 심해지면서 따끔거리기만 하던 후두가 찢어지는 느낌으로 아파 겁이 덜컥났다. 잠시 쉬었다 나가면 괜찮겠지, 호텔에서 쉬다가 지하철을 타러 롯폰기역에 도착하니 역내가 어수선했다. 인신사고가 발생해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다 역 밖으로 쏟아져나왔고, 당연히 개찰구로 들어가는 것도 통제됐다. 가마쿠라로 가는 좀 더 복잡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마쿠라에 갔다간 정말 크게 아플 것 같아 "나 가마쿠라 안 갈래"라고 일행한테 말했다. 일단 따뜻한 걸 먹고 목의 통증과 몸살기를 좀 가라앉히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난 츠지항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어마어마한 대기줄에 포기하고 나왔다. 건물 앞의 벚꽃은 참 예뻤지만 이래저래 짜증만 나는 상황이었다.









대기줄이 없을 만한 곳에서 점심을 먹자 생각해 키친렌으로 향했다. 우리와 같은 이유로 점심식사에 실패한 무리가 뒤에서 키친렌으로 가자는 소리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점심특선인 치즈듬뿍 카레를 시키고 뜨거운 국으로 목을 지졌다. 식사를 하고 나와서 일행은 계획대로 가마쿠라에, 나는 호텔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고 눕자마자 4시간 정도를 죽은 듯이 푹 잤다. 자고 일어나서는 마사지 체어에서 마사지를 받는데 눈물이 계속 났다. 내일 여행은 할 수 있는 걸까, 싶기도 했다. 여행 몇 달 전부터 들떠서 계획표만 들여다보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 게 너무 억울했다. 아픈 것도, 일행의 반응도 서러웠다.










점심에 못 먹었던 츠지항에 가야지 생각하고는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귀여운 시바 댕댕이랑 더 오래 서있을 수 있었다.









인형인 줄 알았던 부엉이가 갑자기 고개를 훽 돌려서 심장 떨어지는 줄. 아니 이걸 왜 케이지에 안 넣고 매장에 풀어놓고 있지.









츠지항의 마무리 스프가 너무 먹고 싶었다.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몸이 나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작년에 먹을 땐 그저 그랬던 사시미도 왠지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서 꿀꺽꿀꺽 다 먹어버렸다.









빨리 빨리 먹고 수프 달라고 해야지 하며 열심히 젓가락질을 했지만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기분. 반쯤 먹은 후 스프를 받아서 국물을 열심히 먹었더니 식은땀으로 옷이 다 젖었고 컨디션도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몸이 좀 나아졌으니 아오야마를 가볼까 했는데 야 이 미친 케이티야. 내가 너무 열받아서 몇 분 동안 안 됐는지 기록하려고 계속 캡쳐했어. 여행 내내 인터넷이 어찌나 안 잡히던지 2.5GB 중 500MB 쓰고 왔다. 매번 이렇게 당하면서도 왜 계속 KT 데이터로밍해가는지. 내가 바보네. 스트레스 받아서 걍 마트에서 물이랑 메론 사서 호텔로 들어갔다.









내일은 이렇게 호텔에서 썩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메론과 물, 목캔디를 열심히 먹었다. 마사지 체어에서 앉아서 도쿄에서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 비록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장소는 분위기 좋은 카페였지만. 아침의 요요기공원에서와는 달리 집중이 되는 느낌이었다.









독서용 간식은 민트초코우유랑 초코푸딩.











마사지를 끝내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도쿄타워가 보이는 호텔에 묵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풍경이라도 없었으면 울고만 있었을 거라고, 남은 여행을 더 잘하기 위해서 회복의 시간을 가지는 거라고 위안을 삼았다. 가마쿠라 여행을 끝내고 일행이 돌아왔다. 아프다고 여행 기분 망친 건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이 났고, 일행은 나랑 같이 가마쿠라를 가고 싶었는데 혼자 가서 재미가 없었다며 울었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마음에 걸렸는지 이기적이어서 미안했다고 사과하길래 이제 알았냐고 괜히 면박을 줬다. 원래 자매끼리는 항상 싸우는 법이니까. 가마쿠라에 못 간 건 아쉽지만 그래도 안 간 게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로 컨디션이 조금은 회복됐다. 다음날의 빡빡한 계획을 미리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내일의 상태는 내일이 돼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일단 아침의 카페에서 고민해보기로 하고 걱정을 접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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