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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15:23

# 도쿄타워, 에쿠니가오리와 릴리프랭키 2016 TOKYO


 


예전 도쿄타워 포스팅에도 올린 적이 있지만
도쿄타워라는 소설을 좋아한다.
에쿠니가오리의 것도, 릴리프랭키의 것도.
같은 제목이지만 차갑고 냉정한,
따뜻하고 정겨운, 상반된 느낌.

그래서 도쿄타워의 야경에 대한 로망이 있다.
스카이트리에서 본 그것은 롯폰기의 모리타워만 못해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아카바네바시역에 내렸다.

도쿄타워가 가까이 보이는 시바공원으로 걸어가는 길.





걷다가 시바공원에 못 미쳐 있는 자그마한 공터에서 스탑했다.
이곳도 도쿄타워를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마무리는 내가 좋아하는, 읽기만 해도 눈물 나는
 릴리프랭키의 도쿄타워 구절들.





#. 영고성쇠의 무정함, 한 찰나에 불과한 가족의 번영.
사람들이 당연한 일처럼 원하여 마지않는 그 모든 광채와 따스함을
나는 애매모호한 것일 뿐이라고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축제가 끝난 뒤의 공허함.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공포감.
나는 그 두려움에 내내 겁에 질려있었다.
 

 

#. 내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
어릴 때부터 가장 불안에 휩싸였던 것.
상상만 해도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두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것.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는 일.
확실하게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공포.
내가 첫번째로 두려워하는 일.
그것이 현실감을 띠고 정말 가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지우고 또 지워도, 진심으로 기적을 믿었는데도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지평선 저너머에서 꾸역꾸역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 
그 원심력은 윙윙 굉음을 울리며 주위의 모든 것을,
그곳에 있는 모든 추억을 휘감아 내동댕이치고 파괴하며
착실하게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 "야야, 그거..."
엄니는 뭔가 생각난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냉장고에 도미 회가 들어있고만. 그거하고 또,
냄비속에 가지 된장국 있어. 그거 데워서 먹어라이..."

어떻게 된 걸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나는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엄니, 왜 그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자 엄니는 넘치도록 행복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가지, 가지 된장국이여..."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엄니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내내 미소짓고 있었다.

"엄니..., 왜 그래...?"

아마도 엄니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 이 병실을 사사즈카 집의 부엌이라고 생각한 것이리라.
병실의 침대 머리맡에서 비치는 독서등이 기억과 현실과 소망 속에 뒤섞여
그 침대를 사사즈카의 부엌으로 보이게 했는지도 모른다.
엄니는 내내 싱글벙글 웃고 있건만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힘든 상황에 빠져있는 때에도 환각 속에서 내 밥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에이프릴 풀의 사건.
뭔가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 어두워진 병실.
나와 아부지는 침대 양옆에 앉아 엄니의 손을 쥐었다.
그 무렵, 거인전은 9회 말. 투 아웃 1, 3루로 타자는 기요하라.
5대 5 동점에서 시작된 기요하라의 방망이는 왼편 스탠드를 치고 들어가는 굿바이 쓰리런 홈런.
굿바이 홈런!! 굿바이 홈런!! 기요하라의 끝내기 굿바이 홈런입니다!!

어제는 마츠이, 오늘은 기요하라.
엄니는 이틀 연속으로 그 두 선수로부터 굿바이라는 작별인사를 받았다.
엄니는 쌔액쌔액 아기가 자듯이 조용했다.

'엄니, 이제 갈 거야?'
'나 아직 엄니한테 아무 것도 못해줬는데?'
 


#. 2001년 4월 15일. 21세기 들어 처음 맞는 봄.
예순 아홉살이던 엄니.
그 다음 달 18일에 칠순을 맞이했을 엄니.
"엄니, 올해 칠순 아녀?"
"어쩐다냐. 인자 언제 죽을지 모른다니께."
"엄니는 안 죽어. 백 살까지 살 거야."

내 가장 소중한 사람. 단 한 사람의 가족.
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준 사람. 내 엄니.

엄니가, 죽었다.
그날, 도쿄는 하늘이 뚫린 듯 쾌청한 날씨였다.

푸른 하늘이 한없이 펼쳐진 가운데 아카바네바시 네거리에서
빨간 도쿄 타워가 하늘에 사다리를 걸고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가장 두려워했던 일.
우주인의 습격보다, 지구 최후의 날보다 더 두려워했던 이 날.
슬픔의 시작과 공포의 끝.
 


#. 오늘쯤은 조용히 엄니와 있게 해줘.
차갑지만 뭔가 따스해서 기분이 좋다니까.
 


#. 늘 웃었다. 괴로울 때도 답답할 때도 내 앞에서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밥을 먹으며 입속이 보일 만큼 웃어젖히곤 하면 나는 그때마다 싫은 소리를 했었다.
"엄니, 지저분하잖아. 입속의 밥이 다 보여."

허접한 소리를 해서 미안해, 엄니.
나한테는 젓가락 제대로 쓰라고 한 번도 나무란 적이 없었는데.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룰이 있었는데.
항상 자기 말에 자기가 제일 우스워하며 배를 부여잡고 웃어댔는데,
왜 이제는 꿈쩍도 안 해? 왜 그래, 엄니?
부잣집 아줌마처럼 새침한 얼굴을 하고서, 왜 그래? 죽어버린 거 같잖아 , 엄니...
왜 그래, 왜? 왜 죽고 그래? 참말로 죽어버렸어!?

불이 들어가는 순간에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걸 알아주어야 좋단 말인가.

살아날지도 모르잖아! 잠깐, 일단 한 번 불을 멈추고 확인해주쇼!
살아날지도 모르잖아! 살아날지도 모르는데 다 태워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 네온에서 몰려드는 나방처럼 오늘도 도쿄에는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적거렸다.
저마다 그 근처 물웅덩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나방처럼
혼자서 태어나고 혼자서 살아가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 한사람 한사람에게는 가족이 있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이 있고 마음속에 광대한 우주를 가졌고,
또한 어머니가 있다.

언젠가 혹은 이미, 이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슬픔을 경험할 것이다.
나는 몇 겹으로 교차되는 황단보도에서 흘러가듯이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그저 단순한 거리 풍경에 불과했던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몹시도 크게 보였다.

모두들, 참 대단하다. 참 애들 쓰고 있구나...

인간이 어머니로부터 태어나는 한, 이 슬픔을 면할 수는 없다.
인간의 목숨에 끝이 있는 한, 이 공포를 마주쳐야하는 것이다.
 


#. 엄니.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네.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항상 엄니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식탁에 앉아 콩 줄기를 손질하는 엄니.
꽃무늬 포장지를 잘라 풀로 붙여 작은봉투를 만들던 엄니.
전기도 켜지 않은 어슴푸레한 곳에서 도서관 책을 읽던 엄니.
'뿌요뿌요'를 하던 엄니.

식당에 나가 맛있는 거 먹을 때마다, 새 식당을 찾아낼 때마다, 엄니가 생각나.
이런 거 좀 사주고 싶은데, 여기 닭 꼬치 구이는 엄니가 좋아할 텐데.
노상 그런 생각만 나네.

엄니만한 나이의 할머니가 친구들과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어째서 살아있을 때 좀 더 여행을 보내주지 못했을까, 후회하면서
걸핏하면 눈물이 나네.

어릴 때부터 별별 곳에서 다 살았지만,
먹는 거 입는 거는 어떤 집 아이들보다 호사를 시켜주었어.
엄니가 자기 것은 하나도 안사고 나한테만 그렇게 해줬어.
가고 싶다는 학교도 보내주며 기껏 졸업시켰더니 취직도
안 하고 빈둥빈둥 놀면서 만 엔, 2만 엔, 한없이 돈을 타냈어.
엄니가 여기저기 파트타임으로 일해서 어렵게 번 돈을.
그러고도 나는 결국 엄니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어.

그뿐인가, 엄니에게 분명하게 고맙다는 인사도 안 했네.
도쿄에 올라온 뒤에도 생활비니 용돈이니 건네줄 때,
좀 더 기분 좋은 얼굴로 좀 더 넉넉히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밖에서 펑펑 쓰고 다녔으면서 왜 그랬을까,
왜 기분좋게 내주지 못했을까.

지금이라면 좀 더 분명하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하고
온갖 것 사주고 가고 싶은 여행도 보내줄 거 같은데,
어째서 그때는 그걸 하지 않았을까.
엄니의 하루하루는 그래도 즐거웠을까.

 


#. 엄니는 메모장에 '안녕'이라고 썼지만,
어째서 그런 섭섭한 말을 해?
스님이 몸은 없어져도 언제나 엄니는 곁에 있다고 했다고.
게다가 세상이 어떻게 바뀌건 엄니와 나는 앞으로도 계속
엄니와 아들이잖아. 왜 그런 섭섭한 소리를 했어?
엄니 지금껏 이래저래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엄니가 나를 키워주신 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하네.